재계의 시선

재계의 시선

강주리 기자
입력 2007-08-22 00:00
수정 200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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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결정되자 재계는 재빨리 이해득실 계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표정 변화는 없다. 표정을 읽히는 순간, 석달여 뒤의 최종 대선 결과가 짐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만 생래적으로 위험(리스크)을 회피하는 기업의 속성상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세간의 시선은 단연 현대가(家)로 집중된다. 이 후보와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문상이 시작된 지 세 시간이 지나 상가에 모습을 나타냈다.

담담한 현대家

이 후보에게 ‘샐러리맨 신화’를 안겨준 곳은 다름아닌 현대다. 젊은 그를 과감히 중용한 이가 정 명예회장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상주(喪主)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의례적 인사만 주고받은 뒤 돌아갔다. 현대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감안하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 장면이었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현대가와 이 후보의 사이는 왜 틀어지게 됐을까. 결정적 계기는 정 명예회장의 1992년 대선 출마다. 당시 앞장서 반대한 이가 이 후보다. 이 후보는 자서전 ‘절망이라지만 희망이 보인다’에서 “(명예회장의)동생들과 2세들은 정 회장의 결심이 굳어지자 결국 그의 뜻을 따랐으나 나는 끝까지 반대했다. 오너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는데 그 밑의 전문경영인이 반대해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후보는 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단초를 찾기도 한다.“드라마가 ‘정주영’이 아닌 ‘이명박’으로 흘러가자 정 명예회장이 진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한 퇴직임원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단지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고 해서 현대맨들이 그를 배반자로 보는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에서 뛰쳐나가 당시 김영삼 후보의 민자당에 합류, 대선 경쟁때 정 명예회장의 저격수로 활동한 이가 바로 이 후보다.”

하지만 정작 현대가는 “벌써 15년전 얘기”라며 담담하게 반응한다. 한 임원은 “이 후보가 현대 출신이라고 해서 정서적 유대감을 느낄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창업주와의 관계 때문에 새삼 껄끄러울 일도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대 관계사는 앞으로의 이 후보 검증 공방 과정에서 현대가가 애꿎게 도마 위에 오르내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의 역차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특수관계라 봐주던 것은 옛날 얘기”

이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효성그룹 회장) 주변의 반응도 비슷하다. 일단은 전경련이나 효성, 한국타이어 모두 이 후보의 경선 통과에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사돈 등 특수관계라고 해서 잘 봐주던 것은 옛날 얘기”라며 애써 거리를 두었다. 조 회장의 조카(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가 이 후보의 사위다.

이 후보와 직·간접 인연이 없는 기업들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과거 정치자금을 주던 시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매우 중요했지만 지금은 후보 개인보다 경제정책 성향이 기업의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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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김태균 강주리기자 hyun@seoul.co.kr
2007-08-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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