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대출 장삿속 지나치다

은행 주택대출 장삿속 지나치다

이두걸 기자
입력 2007-01-20 00:00
수정 2007-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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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호동에 지난해 11월초 25평형 아파트를 마련한 이모(33·회사원)씨는 약 2억원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았다.13년 거치 15년 분할상환조건이었다.13년간 매월 9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회사원 7년차인 그의 이자부담은 월급의 2분의 1수준이다. 이씨는 “20평대 아파트에 살기 위해 61살까지 아파트 대출을 갚는다고 생각하면 갑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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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의 김모(31·회사원)씨도 지난해 7월 2억원을 대출받아 32평형 아파트를 3억 8000만원에 구입했다. 조건은 1년 거치 14년 분할상환. 김씨는 “월급쟁이 입장에서 2억원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당시 은행에서 ‘요즘은 다 대출 받아서 집 산다. 금세 또 오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적극 권유해 망설임을 접었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직원은 최근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규제도 강화돼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부담되면 파는 게 어떠냐.”고 해 김씨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김씨는 “설득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집값도 제자리인데…”라며 흥분했다.

대출자의 상환능력과 계획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묻지마 대출’에 매달렸던 은행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요즘 대출자들이 패닉 상태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가 1가구 1주택 비과세가 적용되는 시점인 만 3년 뒤에 아파트를 팔아 대출을 일시에 상환할 수 있었다. 시세 차익을 보는 ‘한탕’이 가능했다. 그러나 가격정체기나 하락기에는 불가능해서 문제가 된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39·회사원)씨는 지난해 11월말 4억 5000만원에 집을 사면서 2억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3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이다. 이자만 120만원선. 김씨는 “대출 때 3년 뒤에 상환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은행에서는 ‘3년 뒤 재연장이 가능하고,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기’도 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갈아타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그는 ‘시한폭탄’을 들고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채권자인 은행은 걱정이 없다. 은행들은 “대출자들이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금을 회수하면 된다.”고 말한다. 은행이 1순위 채권자인 만큼 회수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안이한 시각은 19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월례 금융협의회’에서도 확인됐다. 시중은행장들은 이날 ‘주택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은행의 경영건전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상환 계획을 철저히 따지고 분할상환을 주문한다. 미국 뉴저지에 43만달러의 단독주택을 구입한 이모(37·교수)씨는 은행에 3000달러의 다운페이먼트(일종의 선납)를 한 뒤 나머지 40만달러를 20년간 대출받았다. 대출 다음달부터 매월 3000달러씩 갚아나간다. 이씨는 “상환액수와 기간에 대해 은행과 충분히 토론했다.”면서 “은행이 재정능력에 대해 더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현재의 대출자들은 거의 상환능력이 없다.”면서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거치지 말고 대출과 함께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식으로 대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금융자산대비 개인의 금융부채비중은 52.9%로 미국(31.5%)이나 일본(26%), 영국(35%), 타이완 (17%)보다 약 20%포인트 높아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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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2007-01-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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