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스토리 - 서울] (14) 덕수궁 돌담길

[테마 스토리 - 서울] (14) 덕수궁 돌담길

입력 2009-09-25 00:00
수정 2009-09-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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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근대 흔적 ‘거리 역사박물관’

하늘이 높아지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문득 생각나는 길이 있다. 바로 덕수궁 돌담길. 돌담길은 덕수궁의 정문 대한문에서 정동극장 앞까지를 말한다. 폭 9~20m의 이 길은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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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형적인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인 24일 시민들이 근현대사의 아픔과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② 1968년 광화문~덕수궁간 도로확장 공사 때 허물어진 덕수궁 돌담길. 도시계획에 따라 덕수궁 담장이 길 안쪽으로 옮겨졌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① 전형적인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인 24일 시민들이 근현대사의 아픔과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② 1968년 광화문~덕수궁간 도로확장 공사 때 허물어진 덕수궁 돌담길. 도시계획에 따라 덕수궁 담장이 길 안쪽으로 옮겨졌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개신교 첫 예배당 정동제일교회

덕수궁 정문부터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편에 근세 고딕풍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전시기획 수준이 제법 높아 미술애호가들에게 꽤 알려진 명소지만, 본래는 1928년에 지어진 경성재판소였다. 1995년 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법원 청사로 쓰였다.

이어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예배당 정동제일교회(사적 256호)가 발길을 끈다. 1897년에 준공된 이 교회는 석조 기단에 종탑만 3층이어서 건축사에서도 의미가 크다. 교회 맞은편에는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한 역사와 전통의 정동극장이 반긴다.

●광화문연가 노래비에 문화 듬뿍

행정구역상 정동극장부터 이어지는 산책로는 정동길로 분류된다. 19세기 말 정동길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서구열강의 공관들이 밀집돼 자국의 힘을 뽐내던 곳이었다. 이 길에는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많이 지나다녀 각국의 언어가 뒤섞여 들렸다고 한다.

오늘날 덕수궁 돌담길은 문화와 예술의 거리다. 지난 2월에는 ‘광화문연가’의 작곡가 고(故) 이영훈을 기리는 마이크 모양의 노래비가 정동교회 앞 음악분수대 옆에 세워졌다.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식은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볼거리다. 돌담길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 조용준씨는 “돌담길은 운치가 있고 삭막하지 않아 좋다.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리 단속을 나온 구청 공무원도 돌담길 밑에 진열된 조씨의 그림을 치우지 않는다.

덕수궁 돌담길에 ‘수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에는 한 TV드라마 제작진이 주인공의 프러포즈 장면을 촬영하려고 돌담에 수백장의 접착식 메모지를 붙였다가 돌담을 훼손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청이 서소문 별관으로 모두 이전한 이후에는 돌담길 앞에서 확성기를 크게 튼 민원성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발·드라마 촬영중 훼손되기도

몇해 전 돌담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이별하게 된다는 근거 없는 입소문도 돈 적이 있다. 이별의 이유는 덕수궁 후궁들의 한(恨)이 서렸다거나 이혼소송을 위해 가정법원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라는 속설이다.

덕수궁 돌담길은 홀로 걸어도 외롭지 않고, 두서넛이 걸어도 비좁지 않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고즈넉한 담장 밑을 걸으며 아련한 사색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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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9-09-2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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