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미술관 속으로] (49) 인사동 ‘일획을 긋다’

[거리 미술관 속으로] (49) 인사동 ‘일획을 긋다’

최여경 기자
입력 2008-01-09 00:00
수정 200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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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이 쓴 ‘일필휘지’

거대한 붓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의 중심지 서울 인사동에 곁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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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공
서울시 제공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인사동으로 진입하는 북인사마당에 설치된 인사동의 새로운 조형물 ‘일획(一劃)을 긋다’는 마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조물주의 손이 일필휘지로 원형을 그리고 있는 형상이다.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된 이 조형물은 설치미술가 윤영석 경원대 교수의 작품이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와 설치·비디오 작품 등을 주로 다룬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입지가 확고한 중견 작가이다.

높이 7m의 붓대는 검은색을 띠도록 특수처리한 청동 주조물. 파란색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유려하게 휜 붓끝은 털 하나하나의 결이 섬세하다.

붓이 그리는 지름 7m의 원형은 먹물이 화선지에 배어드는 듯 수묵농담이 살아 있다. 바닥 원형에는 물이 흘러 이제 막 써내려간 듯 생생함이 묻어난다.

“전통적이고 품격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붓을 선택했다.”는 윤 교수의 설명처럼 붓의 형상은 그 자체로 인사동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모습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높이 솟은 모습은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서있던 장승, 바닥 원형은 터의 개념을 갖는다.

인사동을 오가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앉을 수 있도록 바닥면을 경사지게 만들어 공공미술 작품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한달여의 설치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14일 모습을 드러낸 뒤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인사동의 명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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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01-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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