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현장] 공공성 잃은 서울시 언어/이하영 사회2부 기자

[나와, 현장] 공공성 잃은 서울시 언어/이하영 사회2부 기자

이하영 기자
입력 2022-09-13 20:32
수정 2022-09-1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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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사회2부 기자
이하영 사회2부 기자
“미디어파사드? 제로존? 대체 무슨 뜻인지. 요즘 나라에서 발표 나오는 것 볼 때 다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고 대충 눈치로 때려 맞혀야 해.”

한 지인의 푸념을 듣고는 최근에 본 몇몇 서울시 보도자료가 떠올랐다. 과거엔 한자어가 가득한 게 문제였다면 요즘엔 영어를 그대로 한글 발음으로 옮겨 적은 외래어가 홍보자료에 쉬이 등장한다. 외래어 한두 개 있는 것도 어려운데 ‘영상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홍보’라거나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플래시몹’, ‘리모델링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등 표현의 절반이 외래어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미 공식 용어처럼 쓰는 이들 외래어를 기사에 담으려고 하나하나 괄호를 치고 해석을 달아 주거나 우리말로 바꾸려고 의미 검색을 하다 보면 내가 기사를 쓰고 있나 외국어 독해를 하고 있나 싶어 탄식이 나올 때도 있다.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사실 언론조차도 해당 용어를 함부로 바꾸기 애매할 때나 바쁠 때는 외래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소한 공공의 영역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고등교육을 받은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시민 대부분이 이해할 수 있는 ‘공공의 언어’로 쓰여야 한다. 요즘 과도하게 쓰이는 외래어 가운데는 대학 나온 젊은층조차 정확한 뜻을 말하라면 말할 수 없는, 소위 문맥상 ‘대충 때려 맞히는’ 단어들도 즐비하다. 공공 언어가 일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변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되는 동시에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 코로나19 국면에서 상당수의 용어가 영어로 쓰이면서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예도 많았다.

최근에 영어권에서 도입한 문화나 사업이 많다 보니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또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담당자가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은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외국어 새말 대체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보도자료나 기사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새말을 제시한다. ‘로컬 소싱’은 ‘현지 조달’로, ‘도어스테핑’은 ‘출근길 문답’ 혹은 ‘약식 문답’으로 대체했다. ‘컬처 핏’은 ‘조직 문화 적합성’으로 ‘오픈 스페이스’는 ‘열린 쉼터’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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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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