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감싸줄 때/정윤천
사람들의 마을에 매달린 사과의 개수는 그래서 항상 유동적이지 어깨가 따뜻해져 가는 시간의 속도로 사과는 물들어 가지 하늘의 예쁜 구름들에게로 옆에 있던 이가 어머나, 저 구름들을 좀 봐 손가락을 치켜 올려줄 때도 구름들의 숫자는 지상의 어린아이들이 흘린 웃음소리의 개수이었을지 모르지
누군가 등 뒤에서 제 이름을 불러줄 때 그쪽으로 돌아서는 바라봄의 힘으로 사람들은 그렇게 먼 데를 헤아리지 그곳을 향해 떠나가는 미지를 시작하지
누군가 등 뒤에서 어깨를 감싸줄 때 거기서 한 알씩의 사과가 돋아나지
옥천 샛강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마을 당산나무 같은 큰 매화나무입니다. 기와지붕을 덮은 가지는 흐르는 강물 위에 그늘을 얹습니다. 매화나무는 봄을 온 해도 더 맞았을 것입니다. 꽃 필 적마다 가슴 설?겠지요. 음력 섣달 그믐날 아침 연분홍 매화가 살포시 얼굴 내미는군요. 옛사람이 말한 납월매입니다. 혹한과 코로나에 범벅이 된 이승 풍경. 꽃 핀 매화나무가 등 뒤에서 가만히 이름을 불러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임인년 아침에는 이웃의 가난한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아 주도록 해요.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열리고 마음의 사과는 우리네 마음 밭에서 열려요.
곽재구 시인
2022-02-0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umbnail - [포착] 85세 김혜자, 연신 기침·부축 이동에 ‘건강 이상설’… 부국제 모습 우려에 “단](https://img.seoul.co.kr/img/upload/2026/10/07/SSC_20261007100836_N2.jpg.webp)
![thumbnail - 30명 목숨 빼앗고도…유영철·강호순, 사형 집행 없이 늙어간다 [돋보기]](https://img.seoul.co.kr/img/upload/2026/10/07/SSC_20261007130235_N2.jpg.webp)


![thumbnail - 화장실 오래 썼다고 분노…동생 여친 ‘뇌진탕’ 입힌 형[월드픽]](https://img.seoul.co.kr/img/upload/2026/10/06/SSC_20261006132307_N2.jpg.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