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섬들처럼 떠 있는 산들/최욱경 · 헤어진 날/학명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섬들처럼 떠 있는 산들/최욱경 · 헤어진 날/학명란

입력 2021-11-11 17:40
수정 2021-11-1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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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여성화가. 내년 2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헤어진 날/학명란

눈 내리고 얼어붙은 강가엔 예닐곱 척의 배가 있는데 가까이 있는 배들을 차례로 겅중겅중 건너 마지막 뱃전에 기어코 올라서는 거야 네가 말이야 돌아보니, 이상하게 내가 구경꾼처럼 나를 돌아보니 기를 쓰며 너를 쫓고 있네 한순간 네가 배를 버리고 차가운 강으로 뛰어드네 추울 텐데 꿈에서도 네가 추울 텐데 하면서 나도 물속으로 가 너는 달아나고 나는 따라가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간혹 네가 돌아볼 때 그 눈, 깊게 젖어 날 아프게 하던 눈을 보면서 찬 강물 속에서 숨도 잘 쉬면서 눈도 잘 뜨고 수영도 잘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 꿈이잖아 괜찮아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아세요? 1년에 365번 이별하는 사람이지요. 매일 만나 손잡고, 웃고, 된장찌개 먹고, 골목 책방 심다에 가서 시집 한 권씩 사 서로의 가슴에 안겨 주고, 헤어지는 거지요. 하루에 한 번 헤어지기를 365번 하면 1년이 지나가지요. 3650번 하면 10년이 지나가요. 3만 6500번 하기 위해선 하늘나라에 가서도 부지런 떨어야겠죠. 은하수 사이에 서로의 종이배를 띄우고, 가끔은 꽃송이도 띄워 보내고. 그러니 이 이별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지요. 50번이나 100번 만나고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에요. 얼어붙은 겨울날 한 사람은 얼음물에 뛰어들고 한 사람은 뒤쫓아 가고 꿈인 듯 두 사람 다시 만나 뜨거운 눈물 흘렸으면 해요.

곽재구 시인

2021-11-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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