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20년 염원’이라더니 구멍난 공수처법 방치하는 與/이혜리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20년 염원’이라더니 구멍난 공수처법 방치하는 與/이혜리 사회부 기자

이혜리 기자
입력 2021-08-17 20:48
수정 2021-08-1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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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사회부 기자
이혜리 사회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기까지 정치권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20년 된 염원’ 실현을 위해 여권은 가속페달을 밟았고 야권은 반대로 일관했다.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당시 발생한 몸싸움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고, 결국 2019년 말 야당이 집단 퇴장한 상황에서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수를 기반으로 개정안 처리를 강행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김진욱 처장을 수장으로 한 공수처가 올해 초 닻을 올렸고, 최근 탄생 200일을 맞이했다. 그러나 미성숙한 입법 과정에서 만들어진 엉성한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수처법은 모호함투성이다. 법에 명시된 검사 비위 이첩 시점, 고위공직자 범죄의 인지 통보 시점 등 군데군데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 각 기관이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으며 건건이 부딪치는 이유다.

이런 갈등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사건 관계자들의 권리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공직자 범죄에 대한 불기소 결정권을 갖는지’를 두고도 공수처와 검찰의 이견이 팽팽하다. 검찰은 공수처법이 공수처의 공소제기 대상을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으로 한정하는 만큼 이들을 제외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 27조에 기소권 없는 사건이 명시돼 있지 않아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수처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에도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가 교육감처럼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해 자체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면, 검찰은 넘겨받은 수사 기록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자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피의자는 양 수사기관으로부터 이중으로 결과를 받아 보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결론이 다를 수도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애초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구멍 난 공수처법’이 원흉인 만큼 정치권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공수처의 수사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수사 절차에 대한 세부 규정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시점과 사유별로 자세히 규정할 필요성도 있다. 현재 공수처가 겪는 인력난과 임기 문제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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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선 승리에 혈안이 된 국회가 공수처법 개정 논의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각계각층에서 ‘언론자유 침해’라고 지적하는 언론중재법을 강행하기에 여념이 없다. 공수처법과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시점과 상황이 유사하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옥동자’라며 공수처를 추켜세우던 여당이 공수처의 안착에는 나 몰라라 한다면,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현장 혼란을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한 입법 독재를 펼쳤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
2021-08-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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