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현실과 동떨어져… ‘반쪽 고교학점제’ 어쩌나

정시 확대 현실과 동떨어져… ‘반쪽 고교학점제’ 어쩌나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1-04-22 17:14
수정 2021-04-2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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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이야기]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코로나로 수학 학습 격차 가장 극심
고1 때 진로·진학 확립하기 쉽지 않아
강남 학생만 유리하지 않게 손질해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9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9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예술고 입학을 준비하는 딸의 담임교사와 전화 상담을 하던 학부모는 전화를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고 털어놓았다. 온라인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학생에 대해 학원 선생님보다 더 알지 못하는 담임의 조언이 너무나 쓸모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져다준 큰 깨달음 가운데 하나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별일이 안 생긴다는 것이었다. 실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예술고 입시는 학원에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학부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코로나 전후 중학교 학력 격차 실태 분석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 19일 내놓았다. 서울시 388개 중학교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히 ‘수학’ 과목에서 코로나 이후 학습 중위권의 비율이 감소했다.

조사 기간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학력 격차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양극화가 가장 극심한 과목은 수학이었다.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수학 중위권이던 학생 비율이 2018년 44%에서 2000년 34%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영어도 중위권 비율이 44%에서 35%, 국어도 58%에서 49%로 감소했지만 수학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20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생처럼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된다. 고교 3년간 2560시간의 수업을 들으면 졸업 기준을 채우는데, 이는 미국 2625시간보다 적고 핀란드 2137시간보다는 많은 것이다.

학점제하에서도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은 지금처럼 석차등급제가 적용되고, 기타 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로 평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차등급제에서는 학생의 원점수에 따라 각각의 석차가 정해지고, 수강인원에 따라 석차를 1~9등급까지 등급으로 나누게 된다. 즉 A 학점이더라도 석차에 따라 1등급이 있고, 2등급이 있게 된다.

반면 선택과목의 평가방식인 성취평가제는 등급없이 대학처럼 A~E학점으로 성취도를 기재하게 된다. 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5개 공통과목을 제외한 기타 선택과목에서는 학생들의 내신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자신의 진로를 빨리 정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에 맞춘 선택과목을 듣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자유전공학부가 늘어나는 마당에 고1 때 진로를 확립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에 맞는 진로과목을 개설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고교학점제 시범 도입 학교 상당수가 고3 진로 시간에 수학 문제를 푸는 게 현실이다. 고교학점제는 대입 수시에 맞춤한 제도지만 ‘조국 사태’의 여파로 정시 정원을 40%나 늘린 것은 앞뒤 안 맞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민낯이기도 하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곳곳에 있지만 고교학점제가 미래로 가는 교육의 발판인 것만은 사실이다. 풍부한 사교육 기회와 선택체험 현장이 널린 서울, 특히 강남의 학생들이 고교학점제 집중 수혜 대상이 되지 않도록 당국이 특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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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21-04-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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