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견문기] 궁산에서 반한 한강의 풍경

[흥미진진 견문기] 궁산에서 반한 한강의 풍경

입력 2019-12-11 23:48
수정 2019-12-1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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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산 양천고성터에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궁산 땅굴 입구. 일제강점기 김포비행장 군수물자 비축 용도로 지어졌다. 길이 68m, 높이 2.7m, 폭 2.2m에 달하지만 붕괴 우려 때문에 10m 정도에 전시관을 꾸몄다.
궁산 양천고성터에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궁산 땅굴 입구. 일제강점기 김포비행장 군수물자 비축 용도로 지어졌다. 길이 68m, 높이 2.7m, 폭 2.2m에 달하지만 붕괴 우려 때문에 10m 정도에 전시관을 꾸몄다.
서울 양천구청역을 출발해 목동아파트를 돌아서니 ‘갈산(칼산)공원’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산 이름에 ‘칼’이라는 명칭이 다소 의아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는데, 산 정상이 칼날처럼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해서 ‘칼산’으로 불렸지만, 혐오스럽다는 의견에 지금의 순화된 명칭으로 바뀌었다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겨울의 시작을 제대로 알리는 칼날과 같은 바람을 뚫고 일행은 정상의 ‘대삼각본점’을 향했다. 왼쪽에 안양천을 두고 얼마만큼의 계단을 올랐을까, 더이상은 힘들어 무리라고 생각하던 찰나 갈산정 옆에 삼각뿔처럼 높다란 대삼각본점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에 용마산과 갈산 딱 두 곳에 남아 있는 유물로, 1910년 6월부터 지금까지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토지조사 측량 기준점이 아직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일제 잔재를 없애야 한다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은 제대로 관리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김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집결지였던 양천구청역에서 양천향교, 겸재정선미술관, 소악루가 있는 궁산으로 옮겨 두 번째 코스를 시작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굴착됐다는 궁산 땅굴 전시관을 둘러본 후 궁산의 정상에 위치한 양천고성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각거리는 낙엽 소리와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야트막한 정상을 향해 10여분 걷다 보니 행주산성과 한강이 훤히 보이는 널따란 정상에 서게 됐다.

양천고성지의 역사적 설명을 듣고 소악루로 향했다. 한강의 경치가 아름다워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했다는 소악루는 한강과 강 너머 편의 풍경에 잠시 넋을 놓을 정도였다. 이런 감흥에 겸재 정선도 당연히 취했으리라. 현재의 서울시 행정구역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의 중등교육기관인 양천향교를 끝으로 마무리한 답사는 양천구에서 강서구까지 긴 여정이었다. 힘들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마음을 꽉 채운 하루였다.

김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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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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