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개고기를 정육점에서 팔아야”

[그때의 사회면] “개고기를 정육점에서 팔아야”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9-22 23:02
수정 2019-09-2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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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복날에 보신탕을 먹는 모습을 실은 신문 1면(경향신문 1958년 7월 13일자).
국회의원들이 복날에 보신탕을 먹는 모습을 실은 신문 1면(경향신문 1958년 7월 13일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렀다. 1960, 70년대에 애완견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예쁘게 치장하는 것을 폐습이라고 공격한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때로서는 이 정도의 의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주부클럽연합회는 좌담회를 열어 전국의 개 153만 마리가 한 해에 곡식 89만 가마를 먹는다며 개를 기르지 말자고 주장했다. “개에게 우유나 고기를 주는 것은 일부 부유층의 몰지각상”이라고도 했다. 이에 좌담회에 참석한 교수는 “개는 음식 찌꺼기를 먹고 고급 단백질을 공급하는 막대한 식량 보급원”이라며 개 사육이 유익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개를 식용으로 지정하고 정육점에서 개고기를 팔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975년 1월 28일자). 어느 유명한 교수는 자신은 개를 먹지 않는다면서도 식용견을 대량으로 사육하면 새로운 축산업이 될 수 있다고 칼럼에 썼다. 정부는 논란에 답하듯 개가 식량을 축내므로 사육을 억제하고 대형견은 소형견으로 바꾸도록 계몽하라고 전국 시도에 ‘개 사육 억제지침’을 내렸다(경향신문 1975년 5월 27일자).

개고기 섭취는 흠이 아니었다. 1958년 초복 날 보신탕을 먹는 국회의원들의 사진이 버젓이 신문 1면에 실렸다. “개장을 먹는 자들은 출세를 못 한다지만 그것도 거짓말인가 봐”라고 썼다. 원래 개고기를 넣고 끓인 음식 이름이 개장국이었는데 1950년대 초에 보신탕으로 바뀌었다. 이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업주들의 눈속임이라고 한다(경향신문 1954년 6월 30일자). 교양인들도 개고기를 먹기에 이름을 점잖게 고쳤다는 말도 있다. 당국은 동물 보호를 이유로 겉으로는 개고기 판매를 금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유명한 애견인이었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이 전 대통령은 개 세 마리를 남겨 두고 하와이로 망명했는데 이듬해 스파니엘 ‘발발이’를 몰래 데려갔다. 신문의 제목은 ‘이승만씨 애견 극비리 하와이 망명’이었다(동아일보 1961년 3월 14일자).

굶주렸던 시절에는 개를 먹는다는 것을 무조건 터부시할 수 없었다. 어떤 교수는 칼럼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과 굶어 쓰러진 옆집의 동족을 외면하고 개에게 쇠고기를 먹이는 사람과는 과연 어느 편이 정말 야만일까”라고 물었다. 정부가 개고기를 식용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사이 서울시가 개고기를 식품으로 인정하고 무허가 보신탕집에 등록증을 발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시민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는데 양성화시키지 않는다고 보신탕집이 문을 닫겠느냐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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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2019-09-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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