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없는 방송작가, PD 맘대로 쓰고 버려

계약서 없는 방송작가, PD 맘대로 쓰고 버려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19-07-07 23:58
수정 2019-07-0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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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제외된 ‘프리랜서’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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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앞에서 고 이한빛 PD 사건 재발 방지 약속안 시행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앞에서 고 이한빛 PD 사건 재발 방지 약속안 시행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지난 1일부터 방송업계에도 주 52시간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은 주 52시간을 보장받기는커녕 표준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드라마 스태프 표준계약서 도입을 본보기로 한 방송작가들의 처우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만난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방송작가들은 방송사 내 PD, 기자 등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종속성이 높고 균질화한 업무를 하는 데도 통상적인 표준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전무하다”며 “심지어 서면계약도 아닌 구두계약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몇몇 드라마 스타 작가가 회당 억대에 달하는 원고료를 받는 모습이 대중에게 비쳐지지만 훨씬 많은 방송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게 다반사고, 그러다 보니 4대 보험, 퇴직금 등을 기대할 수도 없다. 여성 작가들에게 출산휴가는 꿈꿀 수도 없다 보니 출산이 공포가 될 지경이다.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도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 직장 내 성폭력을 당했을 때 가해자가 정규직이라면 사규에 의한 처벌 후 복직되는 경우가 있지만, ‘프리랜서’ 작가라면 피해 공개가 실직이나 다름없을 때가 많다. 이 지부장은 “연출권이라는 명목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작가를 언제든 교체해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며 “작가를 값싸게 쓰고 버리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어려운 직군, 신입 작가부터 근로계약 체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11월 방송작가노조가 출범하면서 처우개선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시사·교양·보도·예능·드라마 작가, 지역 지상파 작가 등 약 350명이 가입돼 있다. 표준근로계약 모델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tbs를 참고할 만하다. 방송작가가 근로계약서를 쓰는 유일한 방송이다. 막내 작가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약 20% 높은 서울형 생활임금을 적용받아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12만원을 보장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공개한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 지침에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권장부터 계약내용, 계약기간, 4대 보험, 근로시간 등을 핵심조항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계약 형태를 방송사가 사실상 선택할 수 있게 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지부장은 “방송계의 다양한 직군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방송사에 표준근로계약을 강제하는 조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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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9-07-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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