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명동 이야기(하)

[그때의 사회면] 명동 이야기(하)

입력 2017-04-23 17:40
수정 2017-04-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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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은 1950, 60년대 문인들의 낭만과 애환이 골목골목 어려 있는 곳이다.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1926~1956)은 ‘너무나 명동적인’ 시인이다. 박인환은 1956년 2월 어느 날 ‘경상도집’에서 ‘세월이 가면’을 즉석에서 쓰고 한 달 뒤 ‘바카스’, ‘신신바’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 “가슴이 답답하다. 생명수(약)를 다오”라고 말하고는 세상을 떠났다. 명동이 문화 예술인들의 본거지가 된 이유는 국립극장이 장충단으로 옮겨 가기 전 명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옛 국립극장은 1935년에 영화관으로 세워진 객석 1180석의 3층 건물이었다. 광복 후 서울시가 시공관으로 이름을 바꾸어 공연장으로 활용했으며 1959년 국립극장 전용극장이 됐다. 그 후 금융회사 건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명동예술회관으로 거듭났다.

명동은 다방과 주점의 천국이었다. ‘청동’, ‘돌체’, ‘서라벌’, ‘갈채’, ‘휘가로’, ‘모나리자’, ‘동방싸롱’, ‘은성’ 같은 다방 또는 주점에서 문인들은 시와 인생을 논했다. 명동을 가장 사랑했고 명동 뒷골목의 역사를 몇 권의 책으로 남겨 ‘명동백작’ 또는 ‘명동시장’으로 불리는 인물이 소설가 이봉구(1916~1983)다. 문인들의 명동 시절, 연배가 가장 높았던 명동의 터줏대감은 공초 오상순(1894∼1963)이다. ‘폐허’의 동인으로 한국 시단의 1세대인 공초는 평생을 고독과 방랑, 담배를 친구 삼아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그는 집이 없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주로 조계사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청동다방에 나와 하루를 보냈다. 청동다방은 명동 사보이호텔 뒤 좁은 골목 네거리에 있었다.

문인들은 대부분 가난했고, 술을 좋아했다. 정치적인 억압과 경제적인 궁핍 속에서 문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암울했다. 술은 세상을 잊게 하는 망각제요,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탈출구였다. 박인환처럼 술과 가난으로 건강을 해친 문인, 예술가들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 한 사람이 ‘보리밭’, ‘나뭇잎배’, ‘광복절 노래’를 작곡한 윤용하(1922~1965)다. 명동에서는 이들 외에도 조병화, 김수영, 조지훈, 유치진, 김환기, 변영로, 이중섭, 박계주, 노천명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논쟁을 하고 취하곤 했다. 그러나 문인들의 명동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무엇보다 명동이 개발된 탓이다. 1960년대 말이 되면서 명동은 금융과 상권의 중심지로 바뀌었다.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값싼 술집과 다방들은 서린동이나 무교동, 청진동으로 옮겨 갔으며 대신 명동에는 은행의 본점과 백화점, 고급 의상실 등이 들어서 금융·쇼핑가로 변모했다. 명동 거리는 미니와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이 밀고 들어와 유행의 1번지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1964년 11월 명동의 밤 풍경(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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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실장

2017-04-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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