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판잣집과 달동네 <하>

[그때의 사회면] 판잣집과 달동네 <하>

손성진 기자
입력 2017-03-26 17:42
수정 2017-03-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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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잣집 철거 문제는 정치 문제화하기도 했지만 근본 대책이 없이는 완전히 해결하기가 불가능했다. 당국과 철거민, 여론의 시소게임 속에서 판잣집은 1960년대 말까지 엄연한 주거의 형태로 남아 있었다. 농어촌 주민이 유입되면서 서울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도시 빈민층의 주거지인 판잣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강제 철거와 더불어 정착지 개발로 판잣집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교외에 국공유지를 확보해 가구당 24~36㎡의 땅을 나누어 줘 집단적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대부분 변두리의 구릉지에 만들어졌다. 정착지는 정착지로 끝난 것이 아니라 주변에 무허가 건물이 광범위하게 들어서는 결과를 초래했다.

1959년에 서울 미아리를 시작으로 정착지를 조성했는데 ‘무허가 건물의 공인지대’나 마찬가지였다. 국공유지를 무단 점거해 거주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다. 값싼 농촌의 노동력을 공단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1970년 무렵까지 정릉동, 도봉동, 쌍문동, 상계동, 하계동, 공릉동, 번동, 시흥동, 사당동, 신림동, 봉천동, 거여동, 가락동, 오금동, 염창동 등지에 정착지가 형성됐다.

판잣집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사람은 김현옥(1926~1997) 전 서울시장이다. 1966년 부임하자마자 무허가 건물 실태를 조사해 13만 6650동을 철거하는 계획을 세웠다. 4만 6650동은 개량해서 양성화하고 나머지 9만동은 시민 아파트를 지어 이주시키거나 당시 경기 광주군(지금의 성남시)에 대단지 철거민 정착촌을 만들어 옮기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와 철거민들이 불만을 품고 소요를 일으킨 ‘광주대단지 사건’이다.

달동네라는 이름도 광주 대단지에서 유래한다. 강제 이주당한 주민들이 그들의 동네를 달이 가까이 잘 보인다는 의미에서 ‘달나라’로 불렀다고 한다. 1980년에 드라마 ‘달동네’가 방영되면서 산비탈에 있는 동네를 뜻하는 이름으로 일반화됐다. 달동네의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연탄 배달도 동네 어귀까지만 손수레로 실어 나르고 집까지는 지게에 10여장씩 지고 날라야 했다. 눈이 와 길바닥이 얼어붙는 겨울이면 연탄재를 부숴 뿌려 놓아야만 오르내릴 수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달동네의 집들은 많이 개량돼 입식 부엌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그전까지는 대부분 연탄 아궁이를 썼다. 전국에서 연탄가스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동네가 봉천동이었다고 할 정도다. 방에는 백열등을 켰고 벽을 바른 도배지는 신문지였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달동네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주택개량 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된 뒤부터다. 1980년대에 들어 도시 외곽의 달동네는 개발의 요지가 된다. 최후의 달동네 ‘난곡’도 철거되고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사진은 서울 어느 달동네의 옛 모습(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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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7-03-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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