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서울형 청년주택, 중단 없이 전진해야/이범수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서울형 청년주택, 중단 없이 전진해야/이범수 사회2부 기자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6-09-11 20:44
수정 2018-01-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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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산골짜기에나 들어가 살아야겠다.”

중학교 동창 6명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집 보러 다니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남기자 한숨 섞인 답들이 돌아왔다. 내년이면 서른넷, 적지 않은 나이지만 서울에 집 한 채는커녕 방 한 칸 없는 현실이 답답했을 거다. 다른 친구들도 “나 같은 서민에게 집은 사치다. 지방행 고려 중”, “요즘은 서울 밖으로 안 쫓겨나는 것도 능력이더라” 등의 신세 한탄을 이어 갔다. 툭 하고 던진 말이었지만 친구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범수 사회부 기자
이범수 사회부 기자
‘우리 친구들’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감정원의 2015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평균가격은 2억 6213만원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5억 1200만원으로 약 2억 5000만원이 비쌌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월세 상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30대 집 수요자들의 임금은 형편없다. 지난해 LG경제연구원에서 펴낸 ‘세대별 일자리 관점에서 본 한국 고용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30대의 월평균 임금은 176만 2000원에 불과했다. 20~30대가 부모나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시가 지난 1일 발표한 ‘역세권 2030청년주택’의 연내 본격화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시범사업으로 충정로역(충정로 3가), 삼각지역(한강로 2가) 주변에 1587가구(공공 410가구, 준공공 1177가구)의 착공에 들어가고, 2030년까지 최대 2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에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역세권이다 보니 임대료가 높아져 ‘청년 주거난 해결’이라는 정책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공공임대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지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한강로 2가의 전용면적 60㎡ 이하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에 이른다. 그러니까 약 100만~120만원의 월세를 지불해야 입주가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지구가 서울서도 노른자위라서 월세가 높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고가 월세를 낼 서민 청년이 얼마나 될까 걱정된다. 또 생각보다 입주 물량도 많지 않다. 시범지역의 임대주택 가운데 10~25%만 공공임대주택(45㎡ 이하)이고, 75% 이상은 민간임대(60㎡ 이하)다.

부작용 우려가 크지만 서울시의 2030청년주택 사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외에 1차 사업 대상지 87곳을 선정해 2만 5852가구 건립에 연내에 들어가는데, 서울 외곽 지역도 포함돼 월세는 시범사업지 두 곳에 비해 크게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형 청년주거 정책’이 여러 갈등을 뚫지 못하고 중단된다면 피해는 또 청년에게 가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수당’이다. 청년주택 사업의 진행에서도 주체들의 책임감 있는 결단과 생산적인 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는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민간 사업주들을 설득해 초기 임대료를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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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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