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성미산마을 ‘흙수저’의 이상향 되려면/윤창수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성미산마을 ‘흙수저’의 이상향 되려면/윤창수 사회2부 기자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5-12-01 17:58
수정 2015-12-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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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사회2부 기자
윤창수 사회2부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성미산마을’이 있다. 산자락에 있는 전원주택 단지가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빌라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성미산마을을 서울시가 추구해야 할 도시 발전과 마을공동체 형성의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한다.

성미산마을은 2003년 마을 주민의 휴식처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인 성미산(이름이 ‘산’이지 작은 언덕쯤 된다)에 배수지를 짓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주민들이 무산시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지하철로 출근하던 이명박 전 시장을 ‘급만남’해서 배수지 건설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0여년 전 전국 최초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미산마을은 과연 서울시민이 살고 싶어 하는 이상향 같은 곳일까.

성미산마을에는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란 이름의 공동주택이 있다. 겉보기엔 그저 빌라일 뿐이지만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공동 공간이 있어 같이 저녁도 먹고 아이들도 돌본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성북·강북·도봉·노원의 동북 4구 구청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행주’와 같은 공동주택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강북은 강남과 다른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죄다 허물고 높고 넓은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북은 강남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박 시장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강 건너편에 우뚝 솟은 강남 아파트를 보며 왜 나는 저기에 살 수 없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육아를 위해 성미산마을로 이사해 이곳에서 자식을 군대에 보낸 유창복씨는 얼마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성미산마을을 일구면서 터득한 협동의 노하우를 서울시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유 자문관은 “취직을 하고 결혼은 할 수 있을지, 24평 아파트를 18평으로 줄여 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저성장 시대에 보통 사람의 강남 입성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부모의 재산에 따라 수저의 색깔이 금수저, 흙수저로 갈린다는 젊은이들의 계급론은 그들이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한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임대아파트의 아이들보다 여기 아이들 옷차림이 더 꾀죄죄하다”는 지적에 유 자문관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아이들을 두고 한 할머니가 ‘얘들은 어느 고아원 애들인고?’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웃었다.

누구나 강남에서 살 수 없는 시대에 다른 삶의 방식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아이들이다. 행복한 아이들은 맘껏 노는 아이들이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옷이 깨끗할 리 만무하다. 요즘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이 이웃의 정이 살아 있는 이상향으로 그려진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결국 이웃이 가족처럼 지내던 예전 골목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부의 증식보다는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에 행복은 평수 넓은 아파트가 아니라 이웃과 나누는 정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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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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