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김성호 기자
입력 2015-11-02 13:44
수정 2015-11-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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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개신교 단체들로 구성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대표들이 운동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2012년 개신교 단체들로 구성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대표들이 운동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우리 개신교계에서 세습은 가장 고질적이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악습의 병폐로 꼽힌다. 그 승계의 방법도 종전 직계 자녀에게 담임 목사직을 곧바로 물려주는 직접 세습과는 달리 다양한 변칙의 승계가 횡행한다. 얼핏 열거해도 그 변종의 세습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다른 사람에게 담임을 하게 한 다음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을 비롯해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담임목사로 가게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 세습’. 그런가 하면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통합 세습’이며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까지 등장했다.

● 2013년 6월 이후 122개 교회 ‘세습’... 85개가 아들에 직접 세습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이 지난 5월 공개한 ‘변칙 세습 현황조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습 방식의 다양한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 2013년 6월 29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세습 사례를 수집한 결과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으며 그중 85개 교회가 담임목사 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직계 세습을, 37개 교회가 법망을 피한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지도 하기 어렵다는 소수의 개척 교회를 빼면 세습을 하지 않는 교회가 어느 교회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떤 형식을 띠건 교회의 세습이 일반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극명해보인다. 무엇보다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 물질과 권력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세속화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담임목사직과 교회의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사유화’와 ‘목사의 귀족화’는 교회가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일개 가족과 특정 개인을 위한 사기업임을 공인하는 격이라는 게 보편적인 견해로 통한다.

● 교단들 잇단 방지법에도 변칙세습 이어져... 식지않는 세습 욕망
 그 세습을 향한 경계와 지탄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안과 바깥에서 높아져왔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자성과 개선의 몸짓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대형교회 세습 원조’로 낙인된 충현교회의 고(故) 김창인 원로목사가 작고하기 몇 달 전인 2012년 6월 세습을 회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임목사로 세운 게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라면서 하나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여파인지 일부 교단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와 바꾸자는 작은 노력들이 이어졌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개신교사상 처음으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데 이어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이 정기총회에서 잇따라 세습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변칙의 세습이 교단들의 순차적인 세습금지법 마련 이후에 더 기승을 부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세반연측은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변칙 세습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개탄한다.

 개신교 교단중 처음으로 지난 2012년 세습 방지를 결의했던 기감이 변칙세습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달 29일 총회 입법의회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2012년 세습방지법을 통해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명시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10년간 담임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500명 정원의 총대 중 411명이 투표해 찬성 212표, 반대 189표, 기권 10표가 나와 23표 차로 결의됐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에 대한 총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교회에서 담임자를 결정하는 교회 의회제도의 결정권까지 박탈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지금 이땅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들로 비쳐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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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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