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지방정부 3.0, 중앙정부 0.3/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지방정부 3.0, 중앙정부 0.3/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5-01-12 17:54
수정 2015-01-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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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서울신문 정책뉴스부 기자
강국진 서울신문 정책뉴스부 기자
지난주 충남도청에서 열린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윤영진 계명대학교 교수 등 재정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충남도의 재정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솔직히 무척 인상적이었다.

3년 전부터 추진 중인 ‘업무 누수율과 업무공백, 민원 요구 누수율은 제로로 하고 도정 업무는 100% 공개하자’는 ‘제로-100’ 프로젝트도 신선한 시도로 보였다. 지방자치제도가 왜 필요한지 보여 주는 생생한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어떨까. 정부 투명성과 공공데이터 개방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에서 새롭게 생긴 변화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정보공개포털은 지난해 11월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마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하는 새로운 실명 확인 절차를 거치게 하고 있다. 행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정보공개법에 관련 규정 없이 회원 가입 시 등록했던 주민등록번호는 현재 수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공개포털에 회원 가입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행자부는 지난해 11월 9일 주민등록번호 수집 법정주의 시행 100일을 맞아 보도자료를 내고 “불필요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은 고질적인 개인정보 유출을 막자는 취지였다. 핵심은 주민등록번호 수집 법정주의다.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상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오른손으론 불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요구가 사라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왼손으론 주민등록번호를 추가로 요구하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민등록번호 요구 덕분에 담당 공무원이 일하는 데 더 편리해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고 익명을 요구한 기록연구사는 증언한다. 그는 “행자부의 고질적인 ‘통제적 발상’과 부서별로 나눠진 업무체계”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원문 공개 서비스 확대에 대해서도 “서울시만 해도 원문 공개를 정부 투명성을 위한 시작 단계로 보고 더 쉽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반면 행자부는 ‘몇 건 공개’라는 실적만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거기다 툭하면 먹통이 돼 버리는 시스템 불안정은 정보공개청구를 막기 위한 방편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중앙정부가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지방자치단체를 선도해 왔다. 하지만 점점 “시키는 대로 하라”며 윽박지르는 목소리만 커진다. 정보 투명성만 놓고 보면 현실은 이미 지자체가 중앙정부를 앞서 나가고 있다. 사실 정보공개청구 제도도 지자체 조례에서 처음 시작됐다. 정부로서는 현재 미국 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가 ‘정부 2.0’이라는 점, 그리고 “정보공개 수준이 10년 전 참여정부 때보다도 못하다”는 현장 목소리에 우선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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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ulo@seoul.co.kr
2015-01-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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