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인강원’ 보호자들 ‘전원조치’ 반대 까닭은/이슬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인강원’ 보호자들 ‘전원조치’ 반대 까닭은/이슬기 사회부 기자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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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도 군대에서 자살하잖아요. 장애인들은 살던 환경이 바뀌면 더 힘들어합니다. 우리 아이도 인강원에 맡겨진 뒤 처음 몇 년은 매일 울었어요.”

이슬기 사회부 기자
이슬기 사회부 기자
최재봉(55)씨의 아들(23·정신지체 1급)은 10여년째 서울 도봉구의 사회복지시설 인강원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 거주인에 대한 폭행과 보조금 횡령 등이 드러나면서 인강원 전 원장 이모(63·여)씨 등 시설 관계자 3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폭행 피해자에 대한 진술번복 강요 등이 확인돼 서울시가 이사진 해임 명령과 시설 폐쇄를 추진 중이다. 후속 조치로 시설에 거주하는 59명의 장애인을 2~3명씩 다른 시설로 옮기는 ‘전원(轉院)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강원 거주 장애인 보호자들은 시설 폐쇄 반대와 전원 조치 거부를 외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청와대와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보호자들은 ‘환경 변화에 따른 부적응’을 말한다. 지난 5월 폭행 피해자인 장애인 6명이 다른 복지 시설로 옮겨졌지만 2명은 적응을 하지 못해 다시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1명은 끔찍한 악몽을 겪었던 인강원으로 되돌아왔다. 아들 이모(30·지적장애 2급)씨를 다시 인강원으로 데려온 어머니 유모(53)씨는 “아직 팔팔한 내 아들이 70~80대 중증 장애인 요양 시설로 옮겨져 방치돼 있었다”며 “그곳은 가족 간 면회조차 자유롭지 않은 시설이었다”고 분개했다.

이에 서울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더 좋은 시설로 전원 조치하려고 했는데 왜 반대만 하시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인권 침해 시설’인 인강원을 지키겠다며 거주인 가족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그 이유를 인강원 사정에 밝은 김모(여)씨와의 통화에서 약간은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인강원 보호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자식들이 적응하지 못해 생길 불상사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많게는 30년까지 같이 산 이들은 하나의 가족”이라며 “옮기려면 다 같이 옮기라”고 일갈한 바 있다. 실제 맞지 않는 시설로 옮겨져 인강원으로 다시 ‘전원 조치’됐던 이씨의 사례는 가족들의 우려가 ‘현재 진행형’임을 잘 보여 준다.

통화 끝에 김씨는 말했다. “서울시는 ‘전원 조치’에 정말 신중해야 해요. 그분들은 거기가 집이라구요.” 삶의 환경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는 인강원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서울시의 더욱 ‘깊어진 고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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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lgi@seoul.co.kr
2014-1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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