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의 시시콜콜] 세월호, 반복되는 가해와 피해

[박찬구의 시시콜콜] 세월호, 반복되는 가해와 피해

입력 2014-07-04 00:00
수정 2014-07-0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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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편집국 부국장
박찬구 편집국 부국장
영화 ‘밀양’은 이창동 감독의 2007년 작품이다. 아들이 납치 살해당한 피해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가해자는 스스로 신의 구원을 받았다고 강변한다. 피해자는 울부짖지만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부조리와 모순이다. 김기덕 감독은 최근 개봉한 ‘일대일’에서 ‘오민주’라는 여학생을 살해한 권력과 하수인들, 그리고 이들에게 가해의 죄를 묻기 위해 테러를 감행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다. 가해자들은 책임을 윗선과 조직에 미루며 또다시 가해를 자행한다. 이 감독의 2010년 영화 ‘시’에서는 여학생을 유린한 남학생들의 부모들이 돈 몇 푼으로 입막음을 하려는 철면피한 행태를 보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의 가해는 되풀이된다.

세월호 참사의 가해자는 국가 권력과 자본이다. 국가 권력은 불통의 리더십을 대변하듯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나쁜 자본은 공공성과 생명의 가치를 외면하고 이윤 추구에만 집착했다. 참사 이후에도 권력과 자본은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하고 치유하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물러난 총리가 다시 등장하고, 편협한 리더십은 2기 내각 인사에서도 여전했다. 선사와 권력자의 검은 유착을 겨냥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의회 권력은 진상 규명을 한답시고 국정조사를 열어 놓고 유가족에게 ‘당신 누구냐.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을 친다.

보다 못한 피해자 가족들은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사고 71일 만에 복귀한 단원고 학생들은 “진짜 죽을 때는 잊힐 때”라며 “잊히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과도한 취재경쟁과 일방적인 치유 프로그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비아냥으로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왜 피해자들은 온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2차, 3차 피해에 시달려야 하는가. 왜 국가 권력은 그들에게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올곧게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가. 무책임과 불통의 가해가 반복되면서 피해자들은 한줄기 미련마저 유린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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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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