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어 랏’은 어떤 뮤지컬

‘스팸 어 랏’은 어떤 뮤지컬

입력 2010-10-15 00:00
수정 2010-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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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아서왕 영웅담 확 비튼 코믹 패러디

속된 말로 ‘쪽 팔려서’ 건국신화를 이렇게 비틀 수 있겠다 싶다. 한국에서 단군을 바보로, 유화부인을 날라리 여고생으로 비트는 작품이 나올 순 없는 노릇 아니던가. 뮤지컬 ‘스팸 어 랏’(데이비드 스완 연출, 오디뮤지컬컴퍼니·CJ엔터테인먼트 제작)은 영국의 영웅 아서 왕 이야기를 코미디로 재조립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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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은 5~6세기쯤 영국을 통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사가들은 나중에 짜깁기된 인물로 본다. 카이사르의 브리튼 침공 이후 비로소 역사에 편입된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인물이란 쪽이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도 ‘아스테릭스’란 코미디로 콤플렉스를 덮었다. 골족의 영웅 베르킨게토릭스가 카이사르에게 패배한 게 역사적 사실이지만, ‘아스테릭스’에서는 로마군이 패배한다. 뮤지컬에서 아서 왕과 대결하는 흑기사가 팔다리가 다 잘려 나가면서도 자기가 이겼다고 우기는 것 자체가 이런 역사에 대한 패러디인지 모른다.

‘스팸 어 랏’은 영국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튼’이 만든 1975년작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열라 많은 스팸’이라는 제목이 ‘막장 개그쇼’라는 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한마디로 비틀기와 패러디의 향연이다.

성배를 찾는 기사는 모두 나사빠진 인물들이고, 장엄한 카멜롯성은 아예 쾌락이 넘치는 물랑루즈다. 성배를 찾으려면 뮤지컬을 만들라는 ‘니(Ni)족’이 큰 나무인 것은 유럽의 거대나무 신화를 반영하지만, 종족이름이 하필 ‘Ni’인 것은 반대당 의원의 연설을 훼방놓을 때 ‘Ni, Ni, Ni’라고 야유를 보내는 영국 의회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엉터리 같은 니족의 회의는 의회에 대한 비틀기다.

뮤지컬이란 장르 자체도 패러디한다. 1막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을 뒤집고, 2막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지킬 앤드 하이드’, ‘미스 사이공’, ‘캣츠’ 등 무려 12작품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원작은 유대인 뮤지컬 기획자를 겨냥했는데 한국에서는 아이돌부터 캐스팅하는 문화를 꼬집는다. 공연팬들은 이 두 대목에서 정신줄을 놓고 웃는다.

재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적으로 바꾼 배우들의 아이디어, 그리고 까칠하다는 평과 달리 이런 아이디어를 다 받아준 연출의 결단이 이런 코미디를 가능하게 했다. 내년 1월 2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5만~10만원.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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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10-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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