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김관규감독 리더십

다시 주목받는 김관규감독 리더십

입력 2010-02-25 00:00
수정 2010-02-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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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만 잘하면 피어싱도 OK”

│밴쿠버 조은지특파원│하얀 야구 모자에, 하얀 대표팀 점퍼를 입었다. 스케이트도 어김없이 신었다. 수첩과 초시계가 들어 있는 가방도 필수. 워밍업하는 선수 옆에 꼭 붙어서 함께 링크를 돈다.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고 “너 할 것만 하고 나와. 그동안 연습한 게 있잖아. 널 믿고, 날 믿어.”라고 힘을 듬뿍 실어준다. 그러면서도 쉬는 시간이면 줄담배를 피우며 제자들 걱정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알기에 마음은 짠하기만 하다. ‘군대에 아들 보내는 심정’이 이럴까 싶다. 스피드스케이팅 김관규(오른쪽·43) 감독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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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김관규 감독(오른쪽)과 이승훈 선수 AP=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김관규 감독(오른쪽)과 이승훈 선수
AP=연합뉴스
김관규 감독은 “난 여기 와서 시합을 10번도 넘게 했어요.”라고 웃는다. 선수와 함께 달리기 때문. 레이스가 끝나면 덩달아 얼굴이 시뻘게진다.

빨간 종이를 들고 랩타임을 체크하는 건 물론, 목이 터져라 소리도 지른다. 다리가 풀릴 정도로 힘들지만, 환하게 웃는 선수를 보면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김 감독은 요즘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했다. 제자들 성적이 좋아서 같이 인정받고 있다며 머쓱한 모습.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간 성적표는 놀랍기만 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24일 이승훈(한국체대)의 1만m금메달까지 쉴 새 없이 메달이 나오고 있다. 수확한 메달만 다섯 개(금3·은2).

2004년 부임한 뒤 6년. 그동안 뭐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김 감독은 선수 개인의 개성을 존중했다. “신세대잖아요. 애들 다 착해요.”라고 빙긋 웃는다. 맏형 이규혁(32·서울시청)부터 막내 하홍선(19·동북고)까지 여러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 김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보다 차라리 ‘막내삼촌’이 되기로 했다.

주변에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고집스럽게 ‘마이웨이’를 갔다. 귀걸이도, 피어싱도 이해했다. 하지만 훈련에서는 빈틈이 없었다.

새벽 5시30분 샛별을 보며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다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꼬박 훈련을 이어갔다. “난 선수들이 힘들다고 고함치는 걸 보는 게 참 좋아요.”라고 했다. 아무리 독하게 훈련을 시켜도 선수들은 불만이 없다. 감독이 왜 그러는지, 이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군말 없이 따랐다. 김 감독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며 딱딱해진 마음을 어루만졌다.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연습 때는 이상화(21·한국체대)에게 “네가 33초대를 뛰면 내가 39초에 탄다.”고 내기도 걸었다. 메달 얘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태범(21·한국체대)이 1차 레이스를 2위로 마쳤을 때도 “못해도 좋으니 끝까지 스퍼트해.”라고 부담을 덜어줬다. 대신 김 감독은 연이어 줄담배를 피웠다. “권위 세울 필요 없어요. 선수가 성적을 내야 스승도 있죠.”라고 하는 모습은 참신하다.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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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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