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스티븐슨 NSLC 박사
“아이들은 놀지 않으면 기계가 됩니다. 노는 동안 상상력이 크는 거니까요.”영국 국립과학학습센터(NSLC) 미란다 스티븐슨(54) 박사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란다 스티븐슨 박사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흥미와 놀이 대신 답찾기에만 매달린 것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스티븐슨 박사는 현재 영국 창의성 교육 재단인 NSCL에서 교사 재교육과 연수를 맡고 있다.
스티븐슨 박사는 “유도한다.”, “생각하게 한다.”, “실험하게 한다.”는 문장을 인터뷰 내내 반복했다.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함께 놀면서 과정을 익히게 하자는 얘기다.
예를 들었다. “화석에 대해 설명하려 할 때 절대 먼저 개념을 알려 주지 말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큰 모래상자를 준비했다. 그런 다음 물을 부었다. 아이들에게 공룡 인형을 하나씩 줬다. 그러면 아이는 공룡 인형을 가지고 모래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논다. 이제 다른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공룡 몇 마리가 어디에서 어디로 갔을지 말해 볼래?” 놀이는 계속된다. 사내 아이 둘이 공룡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인형끼리 싸움을 붙인다. 모래 위 발자국은 어지러워졌다. 다시 질문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보겠니?” 화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정보를 주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연스레 그 과정을 터득한다.
박사는 한국 학생들이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 수학·과학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도 창의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놀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 아이들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에 붙잡혀 점수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상상력이 클 환경이 안 되는 셈이다.
그래도 박사는 한국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 만난 교사들의 열정이 대단해 크게 감동 받았다.”며 “아이들보다 더한 호기심을 가진 교사들이 있는 한 한국 교육의 상상력도 훨씬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9-09-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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