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품 해외유통돼야 제가치 인정 받을 것”
1원짜리 모조품 글씨부터 12억원짜리 도자기까지, 지난 14년간 그가 가격표를 붙인 물건들은 셀 수도 없다. 소중한 전통의 유산을 어떻게 돈으로만 따지냐고 야단을 치는 사람도 많았다.
이상문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시세 7000만원 안중근 글씨 2억 평가도
이 교수는 14년째 KBS 1TV ‘TV쇼 진품명품’에서 감정위원(도자기 분야)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장감정을 포함, 한 주에 대략 50점 정도를 보니 그가 직접 가격을 매긴 작품들만도 수만 점. 방송으로 보면 잠깐 사이 가격이 결정되는 것 같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저뿐만 아니라 감정위원들 머릿속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들어 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장에서 무엇이 얼마에 팔렸다는 것부터, 현재 국내 시장 분위기로 볼 때 가격을 어떻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까지 복잡한 계산이 있지요.”
거기다 고미술품들은 시장원리를 넘어서는 ‘역사적 의의’를 따져야 하니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실제로 그는 프로그램에서 시세 7000만~8000만원이던 안중근 선생의 글씨를 2억원으로 책정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적당한 시장거래가는 아니지만 그 사상과 인품을 따지면 그 정도 가격은 돼야 한다는 의도였다. 그 후 안중근의 글씨는 실제 2억원에 거래가 됐다. “작품감정은 만든이의 인품까지 평가하는 작업”이라는 그의 생각대로 일이 풀린 셈이다.
흘깃보기만 해도 진위를 가릴 수 있다는 그가 고미술품에 관심을 가진 건 40년 전. 어릴 적부터 수집벽이 있었는데, 경제력이 생기면서 도자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인 소장품이 수만 점에 이른다.
왜 그리 고미술품에 끌렸을까. “그냥 타고난 것 같다.”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온다. 어느 순간 보니 국내를 벗어나 일본, 동남아 등지까지 돌며 고미술품을 공부하고 있었고, 지금도 해외 곳곳을 돌며 작품들을 모으고 있다.
●14년째 ‘TV쇼 명품진품’ 감정위원
이 교수는 “해외와 달리 국내 고미술품은 해외반출이 금지돼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문화재를 해외로 내보내면 안 된다는 주장은 피해망상”이라면서 “직지심체요절도 한국에만 있었다면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뛰어난 유산들도 국내에서만 유통되니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외국에서는 국보 취급을 받을 신라토기들도 국내에는 숫자가 많기 때문에 10만~20만원선에 거래된다. 또 그러기에 대충 보관되고 그러다 파손되는 경우도 많다.
●고미술품 경매 활성화 필요성 제기
“이런 오래된 유물들이 해외로 가면 한국 문화의 유구한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의미없이 부서지느니 해외에서 외국인들에게 전시되는 게 낫죠. 한국의 문화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것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도 “물론 국보·보물 등 주요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고미술품 경매의 활성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경매시장의 활성화가 문화재 유통을 활발하게 하고, 이것이 우리 문화재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국민적 관심도 커진다는 것.
이 교수는 대학에서 문화재 감정 강의를 하고 있지만, 고미술품 수집상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는 학문과 현장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고미술품 수집상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실과 현장에 대한 감각이나 지식에서는 박물관장이나 교수들도 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허물없는 교류와 더불어, 제한하고 억압하는 낡은 제도들도 고쳐야 문화재 영역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8-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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