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정치비평] 선거제도 개편의 효과와 성공 조건

[김형준 정치비평] 선거제도 개편의 효과와 성공 조건

입력 2009-08-19 00:00
수정 2009-08-1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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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정치 선진화’를 위한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이룩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선거제도 개편은 이번만이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주기적으로 제시된 단골 메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제의하면서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면 조각권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었다. 분명,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적 공감대가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매번 실패로 끝났다. 이를 의식해서 이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여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이뤄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제도란 일종의 게임의 룰과도 같은 것으로 어떻게 짜여 지느냐에 따라 대표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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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우리나라는 1988년 제13대 총선 이래 한 선거구에서 한 사람만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 다수제’와 전국 수준의 정당투표 득표 비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1인2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역구 선거구를 획정할 때는 농촌과 도시지역 선거구 간에 최대 3대1의 인구 편차를 인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 선거구에서 2명에서 5명까지 뽑는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대 총선 결과를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제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정당 투표에서 총 431만 3645표를 획득한 민주당은 전체 299석 중 82석을 배당받게 된다. 그런데, 영남 지역에서 41만 194표를 얻어 약 8석을 얻게 된다.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2석밖에 얻지 못한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정당 투표에서 총 642만 1727표를 획득한 한나라당은 전체 299석 중 122석만을 배당받게 되고, 충청과 호남에서 각각 10석과 3석 정도를 획득하게 된다.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충청에서는 1석만을 얻은 것과 비교해 보면, 권역별 정당명부제는 확실히 정당의 특정지역 편중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이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정치권의 합의 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당과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직결된 선거제도 개혁을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스웨덴의 경우, 정치개혁을 담당하는 위원회는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은 한 명의 대표자만을 파견하고 과반수 이상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더욱이 이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의회가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선거구 획정은 의회 외부의 비정파적 기구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이 진정 선거제도 개혁을 원한다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둘째, 선거제도 개혁이 가져올 정치적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 가장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더라도 실증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여야간에 합리적인 협상을 할 수 있어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청와대가 절대로 정치개혁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가 시도한 선거제도 개혁이 모두 실패한 이유는 청와대가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하고, 야당은 이를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는 국회에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회의 결론을 존중할 것이다.”라는 의사 표시는 매우 적절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초심이 유지되어 비생산적인 한국 정치의 뿌리인 지역주의가 청산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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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2009-08-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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