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을 실어 하늘 저편으로
이때쯤이면 브라운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연들은 대부분이 화려하고 커다란 연이다. 하지만 예술품에 가까운 이 연들에는 별 관심이 끌리지 않는다. 내 유년의 순박함이 담긴 작은 연이 지금도 내 마음 속 허공을 날고 있기 때문이다.
화로에서 밀가루 풀이 끓고 있다. 작년 가을 문을 바르고 남은 문종이를 적당한 크기의 직사각형이 되도록 자른다. 직사각형의 중심에 동그랗게 구멍을 낸 후 곧고 가느다란 수수 윗대를 반으로 쪼개어 동그란 원을 축으로 수직 수평, 그리고 대각선으로 붙이고 각 모서리에 실을 매어 네 가닥의 실을 적당한 길이로 자른 후 한데 모아 중심을 잡아 묶는다. 연은 탄탄하고 가볍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심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쪽이 길거나 짧으면 연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한쪽으로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또 위쪽 두 개의 줄이 짧거나 길어도 연이 올라가지 못하고 땅으로 곤두박질하고 만다.
연날리기는 긴장의 연속이다. 연실이 전해오는 팽팽한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연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줄이 팽팽해지면 줄을 풀어야 한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계속 줄을 풀어도 연실은 잠시 느슨해졌다가는 이내 다시 팽팽해진다.
살아온 삶이 그랬다.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닥친 현실만을 살아온 지천명, 연실처럼 팽팽한 삶의 끈에 묶여 나는 지금 어디를 날고 있을까? 그때 뒷산에 올라 함께 연을 날리던 아이들은 지금쯤 세상 어디에서 날고 있을까? 더는 풀어 줄 연실이 없는 얼레를 잡고 까마득한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빙글빙글 도는 연을 바라보던 기억…. 연실을 풀고 다시 감듯 오늘 나는 내 삶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거센 바람에 연실이 끊겨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는 연을 보면서, 팽팽한 긴장이 사라진 얼레를 감으면서 느꼈던 허탈함. 삶의 7부 능선쯤에서 돌아보는 지나온 길이 그랬었을까?
돌아오는 주말에는 연을 하나 만들어 날려 보아야겠다. 손끝에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년 시절의 그 설렘으로 여전히 느낄 수 있을지 그건 모르겠지만.
글·사진 문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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