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 펴낸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 펴낸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

입력 2009-03-23 00:00
수정 2009-03-2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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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약탈국 논리 허점 파고들며 반환 요구를”

영국의 비평가 겸 사학자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은 “역사는 문명을 창조했지만 침략자는 문화재를 약탈했다.”고 말했다. 서구의 역사는 살상과 약탈, 정복으로 얼룩져 있음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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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
지난달 프랑스 크리스티 경매장에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궁 원명원(圓明園)에서 약탈된 동상 2점이 출품됐다. 발끈한 중국은 경매 중단을 요청했고, 프랑스 법원은 이를 기각하는 등 양국간 한바탕 신경전이 벌여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유품이 경매에 나와 인도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처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그리스, 이집트 등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둘러싼 피탈국들의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 등 일본, 프랑스, 미국 등 국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모두 7만 6000여점에 이른다.

●15년동안 세계 돌며 자료 모아

1978년 외무고시 첫 여성 합격자이자 여성 2호 대사를 지낸 김경임(61) 전 튀니지 대사. 15년 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약탈 문화재에 대한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여기에 30년 문화 외교관으로 재직하면서 얻은 경험을 녹여 최근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클레오파트라의 바늘’(홍익출판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문화재 환수의 해법을 어느 정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의 약탈 문화재 ‘함무라비 법전’과 인류 최초의 인권문서 ‘사이러스 칙령’, 그리고 덴마크로 유출됐다가 아이슬란드로 반환된 ‘레기우스 필사본’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는 “문화재를 약탈해간 유럽은 피탈국들의 반환 요구에 대해 오랫동안 반대논리를 개발해왔다. 우리는 그 논리의 허점을 기술적으로 잘 파고들어야 한다.”면서 “각국의 대응과 반환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세계 문화재 약탈사를 다루게 됐다.”고 했다. 또한 올해 말에는 우리나라 문화재 약탈사를 다룬 제2권을 펴내는 등 앞으로 우리의 문화재 환수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제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까.

-1990년대 파리 유네스코 주재 한국대표부에 근무하면서였지요. 국제사회가 문화재 반환청구국과 반대국가로 양분돼 치열한 외교전을 치르며, 자국의 문화재 수호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이러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틈틈이 집필을 했지요.

●“일본의 약탈 관행·입장 등 간파해야”

→문화재를 찾기 위한 해법은 어떤 것인가요.

-요즘 국제사회는 문화재의 윤리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약탈의 경우 불법성과 비윤리성 때문에 반환운동에 도덕성이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지요. 프랑스는 외규장각 의궤를 인류공동의 문화재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그게 말이 됩니까. 프랑스가 조선왕실의 의식과 행사를 기록한 문서를 해독하고 연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며 반환요구를 계속해야 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그들의 약탈 관행이나 현재 입장 등을 간파하면서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문화재 반환운동은 어떻게 전개해야 합니까.

-그리스는 180년 넘게 문화재 반환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단기간이 아닌, 대를 이어서 하는 것입니다. 문화재란 그 나라 국민들의 인격체입니다. 잘려지고 흩어진 것들을 원래대로 합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문화재가 경매로 나와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요.

그는 1974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뒤 미 오하이오주립 애크론 법대에서 수학했으며, 1978~2007년 도쿄·뉴욕·파리·뉴델리·브뤼셀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지금은 문화재 반환문제와 관련된 초청 강의를 틈틈이 나가고 있다.

k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009-03-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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