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다우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다우트

입력 2009-02-14 00:00
수정 2009-02-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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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호프먼 열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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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늦가을의 어느 날, 플린 신부가 신도들에게 설교 중이다. 그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신도들을 향해 ‘믿음의 상실, 함께 사는 것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이 때, 설교에 관심 없는 아이들을 매섭게 다스리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모습이 보인다. 교회부설 ‘성 니콜라스학교’의 교장인 그녀는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준엄한 인물로서 교회의 권위를 지키고 학생들을 딱딱한 원칙으로 가두려 한다. 사건은 알로이시어스 수녀가 플린 신부를 자신의 감시 하에 두면서 벌어진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 니콜라스학교’에 한 흑인 학생이 다니게 된다. 채 가시지 않은 인종차별 탓에 따돌림 당하는 소년을 플린 신부가 각별히 대하던 중, 그들 사이에 벌어진 작은 일을 전해들은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둘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의심하기에 이른다. 난데없이 궁지에 몰린 플린 신부가 그녀의 편협함과 자비롭지 못함을 따지지만,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끝장을 보기 전까지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다우트’는 단순한 줄거리 아래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있는 작품이다. 간략한 줄거리만 읽으면 ‘다우트’는 영락없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남자와 성질 고약한 마귀할멈의 싸움’에 관한 영화다. 그 싸움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영화의 배경을 제공하는 시간과 공간에 유념해야 한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이듬해인 1964년은 끓어오르는 사회·정치적 문제가 ‘68혁명’을 앞두고 폭발하기 직전이며, 베트남 전쟁이 불에 기름을 부으려던 즈음이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소용돌이가 가톨릭교회 내부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공간 가운데 맞부딪친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폭풍우가 불어와 교회 정원의 나뭇가지가 부러진 날,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세상의 몰락을 감지하지만, 반대로 플린 신부는 변화의 바람이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견고한 세상을 믿고 따르며 오랜 원칙을 고수하는 알로이시어스가 보수주의 세력을 대표한다면, 플린은 세상의 변화를 지지하고 비판의 자세를 견지하는 진보적인 인물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거나 둘 중 한 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건 어리석다.

힘을 다해 중용을 지키는 ‘다우트’는 플린 신부와 학생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해 끝내 함구한다. 100분 동안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던 영화가 관객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진실을 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시 말하거니와 ‘다우트’는 싸움의 결과와 개인의 잘잘못에 집착하는 영화가 아니다. ‘다우트’는 보수와 진보의 끝없는 투쟁 앞에서 각자의 신념을 재고하고, 그 신념을 품게 만든 이유를 되새겨볼 기회를 부여한다. 중요한 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다.

‘다우트’는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원작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저자인 존 패트릭 셰인리가 직접 각색과 연출을 도맡은 작품답게 ‘다우트’는 연극의 향취를 유지한다. 교회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가 풍요롭게 채우고 있다. 메릴 스트립, 필립 시무어 호프먼, 에이미 애덤스,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는 감동이라는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며, 할리우드 일급 제작진이 힘을 쏟은 영화의 만듦새 또한 그지없이 훌륭하다.

원제 ‘Doubt’, 감독 존 패트릭 셰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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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명희 서울시의원, 강북구 대한병원교차로 ‘좌회전 신호’ 체계 변경 예정지 현장답사

영화평론가
2009-02-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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