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음향의 달인’ 김벌래 홍익대 겸임교수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음향의 달인’ 김벌래 홍익대 겸임교수

입력 2009-02-09 00:00
수정 2009-02-09 00: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 뱃노래 가락으로 해치 소리 만들어요”

‘천재는 단지 실패쟁이일 뿐이다!’ 1960년대초 한국 최초로 ‘음향효과’ 와 ‘효과음’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이후 줄곧 국내 음향발전을 이끄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까지 광고, 방송, 공연, 이벤트 분야에서 사용된 각종 효과음 가운데 90% 이상 그의 손을 거쳐 갔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뻥’하는 맥주병 따는 소리, 럭키치약을 광고할 때 풍선을 이용한 뽀드득소리, 비트는 것과 뻥소리를 함께 결합한 박카스 병마개 따는 소리 등 우리의 귀에 익은 수많은 CF효과음 등을 만들어 냈다. 특히 콘돔을 이용해 콜라병마개를 딸 때 ‘펩!’하는 소리를 만들어내 콜라회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은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이미지 확대
김벌래 홍익대 겸임교수
김벌래 홍익대 겸임교수
●50년 동안 소리 2만여편 만들어

뿐만 아니다. 만화영화 ‘로봇 태권V’ 음향 작업을 진행했고 86아시안 게임, 88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 및 대전엑스포, 대통령 취임식 등등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대형 이벤트에서 사운드 연출과 제작을 도맡았다. 이래저래 국내 최고의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소리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까닭이다.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김벌래(68) 우대겸임교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소리창조의 길을 걷고 있다. 요즘에는 방학기간이어서 틈틈이 기업체나 단체 등의 초청강연에서 ‘보이지 않는 상상력, 소리의 세계’라는 주제로 설파한다. 그러면서 노년의 역작을 하나 만드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다름 아닌 서울시의 상징동물로 정해진 ‘해치(해태)의 소리’를 만드는 것. 상상의 동물인 해치를 한번도 본 적도 없기에 어려움도 많을 터. 과연 어떤 효과음으로 우리를 또 한번 감동시킬지 주목된다. 김 교수의 자택 근처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해치소리 제작은 잘 진행되는지요.

-이달 말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해치가 어떻게 우는지 본 사람도 없고 들은 사람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해치가 서울시의 상징이면서 행운과 복을 주는 동물이기에 기분 좋은 소리여야 합니다. 그동안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비전과 꿈을 담아야 하고…, 딱따구리 소리,금나와라 뚝딱! 도깨비 방망이소리 등도 떠올려 봤고…, ‘어기여차~’ 하는 뱃노래, 우리 가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지금까지 2만여편의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중 가장 보람으로 여기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 2만여편인지 알 수도 없고 외울 수도 없습니다. 어느 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얼마 전 50년 동안 기록한 장부책을 봤더니 해태, 롯데 등에서 일하고 받은 돈들의 기록을 봤지요. 2만편이 조금 넘더군요. 어제 한 소리는 오늘 모두 잊게 돼 있습니다.

→소리란 무엇입니까.

-‘소리는 이것이다.’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각자 느낌이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다르기에 좋은지 나쁜지 평을 하지 못합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난 대포집에서 술 한잔할 때 마침 라디오에서 ‘돌아와요 부산항’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이때 ‘저 노래, 볼륨 올려 주세요.’하는사람도 있고, ‘아,재수 없어.아줌마 꺼!’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리에는 괜찮은 소리, 쓸모없는 소리가 있지만 저는 다 소중하게 들으려고 합니다. 부부싸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요.

●“천재는 단지 실패쟁이일 뿐”

→‘소리의 천재’라고 합니다. 최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질병은 절망이라는 병이고, 가장 큰 죄악은 포기라는 죄이지요. 우리가 실패했을 때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천재는 실패를 많이 한 ‘쟁이’일 뿐입니다. 쟁이라면 다 아는 ‘147/805’법칙이 있습니다. 나를 비롯한 미술가, 음악가, 서예가들은 모두 ‘147/805’법칙을 사용하지요. 에디슨은 전구 하나를 발명하기 위해 147번 실패했으며 무려 22년이 걸렸습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805번을 실패한 끝에 거의 30년 만에 32초간 뜨는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법칙의 주인공들이 바로 천재들이지요.

김 교수는 “스필버그의 영화는 거의 90%가 사운드에 있다.”면서 “소리를 만드는 작업은 완성을 위한 시작이 아니라 실패의 시작이다. 나중에 ‘실패’라는 단어가 ‘경험’으로 읽으면 상쾌해진다. 실패를 얼마만큼 많이 하느냐에 따라 좋은 소리, 쓸만한 소리가 나오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1941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에 어머니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방황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는 국립체신고를 나와 체신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평소의 끼를 버리지 못해 틈틈이 연극일을 하게 됐고 1962년 동아방송으로 전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음향효과 분야에 뛰어 들었다. 그의 본명은 김평호이지만 32년 전부터 밥벌이의 뜻이 담긴 ‘김벌래’라고 했으며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신나는 김벌래입니다.’고 인사한다.

km@seoul.co.kr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서울시의회 이영남 의원(더불어민주당·동대문구 제1선거구)이 22일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역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선보인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은 총 63억 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에스컬레이터 2대를 신설한 프로젝트다. 2025년 3월 첫 삽을 뜬 이후 지장물 이설, 임시보행로 및 차수벽 조성, 기존 구조물 철거 및 신규 구조물 축조, 건축 마감에 이르기까지 제반 공정을 차근차근 거쳐 이날 최종 결실을 맺게 됐다. 이 의원은 “제기동역 1번 출입구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 오늘 결실을 맺게 됐다”며 “특히 어르신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제기동역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기까지 공사 과정에서 시민들의 불편도 적지 않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시공사, 관계자들이 노력해 개통까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안심하고
thumbnail -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009-02-09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