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리더십… 하나된 미국으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인들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하나된 미국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세대간·이념간 갈등의 골을 넘어 통합의 새 시대를 열길 고대하며,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전 내각 인선을 통해, 그리고 취임식을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민주당 경선 당시 최대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공화당 소속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켰다. 내각에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유색 인종과 여성 각료들을 중용하며 다양성을 높였다.
그런가 하면 취임식과 취임 관련 행사의 축도를 보수와 진보 성향의 종교인과 여성 목사에게 각각 맡기며 종교와 사회적 통합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결정들이 상징적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신념과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리기 힘든 결정들이다.
●인종 화합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에게 거는 미국인들, 특히 흑인들의 높은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흑인이라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이 미국을 통합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통령 취임이 인종과 이념 등 서로 다른 것들의 간극을 좁혀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다르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서로 소통함으로써 미국의 정치풍토를 바꿔 나가는 모범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리는 하나된 통합 미국의 청사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백뿐 아니라 인종간 차별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를 본궤도에 올려놓으면 인종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일자리를 늘리고 중산층에 세금인하 혜택을 주는 것, 의료보험제도와 교육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모두 상당수가 흑인인 일하는 계층을 겨냥한 정책들이다.
올해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 지 45주년이 되는 해다. CNN 설문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69%가 킹 목사의 꿈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34%의 두배 수준이다. 19일 보도된 WP와 ABC방송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인종차별이 ‘큰 문제’라는 응답은 26%로 1996년의 54%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흑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복잡한 인종문제가 단숨에 해결되리라는 ‘순진한’ 낙관론은 줄어들었다. CNN조사에 따르면 대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흑인의 대다수가 오바마의 당선이 인종관계에 새 장을 열었다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다수가 인종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세대·이념의 화합 40대의 대통령 당선 뒤에는 20~40대 젊은층의 절대적인 지지가 한몫했다. 오바마의 최측근 참모들 중에는 비슷한 또래가 상당수 포진해 있지만, 내각 인선에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50대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를 대거 기용, 세대간 화합을 이뤄냈다.
세대간 화합은 이념과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세 기간 동안 보수성향의 젊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들은 낙태와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대립적 시각에서 벗어나 현실적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찬반을 떠나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인종과 세대, 이념을 아우르는 통합의 오바마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고, 갈 길은 멀다. 미국인들, 특히 흑인들 중에는 오바마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변화와 성과를 조급하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커져가는 불만의 소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줄기세포에 대한 지원 재개와 동성결혼 등 사회적 현안을 놓고 앞으로도 보수와 진보 진영이 충돌하겠지만 오바마의 실용적인 통합의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kmkim@seoul.co.kr
2009-0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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