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기능 약화” vs “지역별 특성화”
“국립 초등학교를 지난 70년간 운영해 온 건 다 그만 한 이유가 있어서다.”VS“시대가 변해서 국가 주도 학교를 지역 중심,학교 중심,개인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절실했다.”정부가 전국 국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43곳을 공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국립 학교 학부모와 운영위원들은 강력 반발하는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대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무엇이 달라지기에 이렇게 논란이 뜨거운 걸까.
교육대학교 총장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교대 총장들 모임인 총장협의회는 “국립 교대 부설 초교를 공립화하면 교대의 핵심과정인 교육실습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초등교육 전체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일단 교과부는 “학부모들과 교대 총장들의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고 해명했다.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성삼재 과장은 “국립 학교가 하던 연구 시범 사업 등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고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국립 학교 혼자서 교생실습,연구 시범 사업,특성화 학교 등 모든 기능을 수행하던 데서 벗어나 지역별,특성별로 기능을 다양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성 과장은 “현재 국립학교 혼자서 이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7차 교육과정 취지대로 지역중심,학교중심,개인중심 교육을 위해선 국립학교만이 일방적으로 모든 기능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예를 들어 다문화 교육에 대한 연구 실습을 할 경우 현재 국립학교에는 중산층 균일집단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현재 시스템으로는 이런 종류의 시범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역 교대 부설 초교의 김모 교사는 교과부 해명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그는 “국립 부설 초교 형태의 학교를 점차 늘려가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지 시·도교육감이 특정 공립학교에만 연구시범 등 특혜를 주면 다른 학교가 가만 있겠느냐.”고 물었다.그러면서 “각 지역별로 교육재정 편차가 있는데 지역 재정에 따라 교육 양극화가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는 또 있었다.자녀를 서울 교대 부설 초등학교에 보낸 김모씨는 “그동안 국립 학교에 우수 교원들이 지원해 왔는데 공립으로 전환되면 당장 자녀 교육환경이 바뀌게 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성 과장은 “현재 국립 학교에 지원하는 다수의 우수 교원이 국립 학교에 남는 자리가 없어 연구 실험 등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국립학교는 연구 시범 학교로서 지위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우수 교원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다만 국립 초교의 연구 시범 독점이 해소되면 그동안 소외됐던 다른 교사들에게도 그 기회가 돌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다른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효율성만을 의식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돈을 줄이기 위한 행정 효율성이 아니라 7차 교육과정 취지에 맞추기 위해 시스템상의 ‘효과성’을 고려한 조치일 뿐이다.”고 했다.
또 학군 논란에 대해서는 “인근 학생들이 무더기로 전학오거나 현재 재학생들을 인근 학교로 전학보내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 “현재 재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학사운영의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국립 학교들의 명칭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도 “절대 아니다.”고 답했다.
성 과장은 “원래 교명에는 ‘국립’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지 않고 영문으로만 관행적으로 써왔을 뿐”이라며 “국립이란 단어는 애초부터 학칙에도 없고 법적 용어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공립화해도 학교이름에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국립 학교 관계자들은 교과부의 해명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서울 교대 부설 초교 학부모 박원경씨는 “그러면 다른 학부모들 입장에선 집 바로 옆에 공립화된 학교가 있어도 정원제라서 보내지 못한다는 말인데 내가 그 동네에 살아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또 “한번 공립화가 진행되면 결국 되돌릴 수 없을 게 뻔한데 교과부가 무책임하게 변할 건 없다고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초등교육 전문가는 의견 수렴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이같이 큰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갑자기 발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양쪽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이미 논란의 폭이 커져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8-12-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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