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북극의 연인들

[새영화] 북극의 연인들

강아연 기자
입력 2008-11-22 00:00
수정 2008-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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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가 돼 버린 연인

 잠깐!들어가기 전에 먼저 다음 두 이름을 소리내어 읽어 보라.‘ANA(아나)’,‘OTTO(오토)’.다시 거꾸로 읽어 보라.어떤가.

 아나와 오토는 영화 ‘북극의 연인들’(Lovers of the Arctic Circle)의 남녀 주인공 이름이다.이 이름들이 지닌 회문(回文,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똑같은 낱말) 구조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암시한다.그것은 바로 시작이 끝이 되고,끝이 시작과 다름없는 두 연인의 순환적 운명이다.

 아나와 오토가 처음 만난 것은 고작 8세 때.하굣길 교문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곧 범상치 않은 영혼의 교감을 나누게 된다.하지만 오토의 아버지와 아나의 어머니가 결혼을 하면서 졸지에 남매가 돼버린 둘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을 비밀스럽고 고통스럽게 감추게 된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는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떠난 두 사람.17년 뒤 북극권 가장자리 핀란드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만,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재회의 기쁨이 아니라 죽음이다.

 영화는 아나의 시점과 오토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한 가지 상황에서 파생된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는 수면 위로 퍼지는 동심원처럼 닮았으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훌리오 메뎀 감독은 “리듬을 타는 몽타주,많은 플래시 백으로 분절된 퍼즐 같이 구성된 이야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격정과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사춘기 시절 아나와 오토가 나누는 정사 장면은 ‘법적인 남매’라는 점에서 논란 가능성과 함께 파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의 기구한 운명이 가장 애절하게 표현된 부분이기도 하다.스페인 배우 나즈와 님리와 펠레 마르티네스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두 주인공의 열정과 집착을 절절하게 스크린 위에 새겨 놓았다.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하게 그려낸 비극적 러브스토리는 엔딩 자막이 올라 가고 나서도 한참을 가슴 먹먹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메뎀 감독은 고야상 최우수 신인감독상과 도쿄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데뷔작 ‘암소들’을 비롯해 ‘붉은 다람쥐’,‘대지’ 등을 내놓은 스페인의 거장.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북극의 연인들’은 1998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다소 늦게 당도한 감이 없지 않다.12월4일 개봉.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11-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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