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 넘치는 범죄 스릴러
대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31일 개봉)를 곽경택 감독 작품이라고 여기기는 쉽지 않다.‘친구’‘똥개’‘챔피언’ 등 전작에서 거친 액션에 투박한 감성을 담았던 그가 도시적인 세련미와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로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곽경택표’ 아날로그 감성과 스타일을 강조한 현대적 영상미의 조화. 이것이야말로 ‘눈눈, 이이’의 관람포인트이자 흥행 승부처다.
백 반장은 모든 범행이 안현민(차승원)일당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채지만, 자기 뜻대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지능범에겐 속수무책이다. 급기야 안현민이 제주도 공항에서 600kg에 달하는 밀수 금괴를 탈취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앞에서 그를 놓쳐버린다. 안현민은 무엇때문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일까.
영화 ‘눈눈, 이이’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영화적 특성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다. 치밀한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흡인력과 도심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자동차 액션 장면의 통쾌함은 나무랄 구석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스릴러에서 빠지지 않는 공식 가운데 하나인 ‘반전’에 있다. 극초반 형사와 범인의 추격전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후반부에서 또다른 ‘공공의 적’이 등장하면서 일대 반전을 맞는다.
자신의 거대한 복수극에 과감히 형사를 끌어들인 범인과 그 판에 기꺼이 끼어든 형사. 이때부터 영화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돌아선다. 곽경택 감독은 “적으로 만난 두사람이 대립을 통해 남자 대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이 둘이 절대악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영화적 의미가 담긴 반전이기에 그 과정에 대한 설명 혹은 이후의 이야기가 좀더 세밀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접속 이후 도시적인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한석규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영화 ‘주홍글씨’나 ‘그때 그사람들’ 등에서 연기한 인물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간의 연기 관록을 최대한 영화적 캐릭터에 녹였다. 차승원도 “이야기에 다소 상처를 받더라도 보여지는 이미지에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코믹배우 이미지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캐릭터의 맛을 살리는 데는 다소 역부족이란 느낌이다.15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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