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재판 사라지고 재판 신뢰도 높였다

밀실재판 사라지고 재판 신뢰도 높였다

오이석 기자
입력 2008-05-21 00:00
수정 200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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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형소법 시행 5개월 평가

밀실 재판 시비를 없앤 개정 형사소송법이 이 달로 시행 5개월째를 맞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 형소법으로 재판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호평한다. 하지만 조서재판 등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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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준비절차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재판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7일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개정 형소법 시행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공판준비절차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재판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7일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개정 형소법 시행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재판의 전과정 공개·사건처리도 효율적

과거 법원은 법관의 사무실에서 조서만으로 판단하고 검사와 변호사를 따로 만나 재판을 협의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에서 공개주의가 강조됨에 따라 밀실재판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공판준비절차가 형소법에 신설되면서 올 1월부터 재판의 전 과정이 공개되고 있어서다. 공판준비절차는 형소법 제266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검찰, 변호사와 함께 사건의 쟁점 정리와 심리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은 모두 공개가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의견서도 받는다. 또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제기 사건과 관련된 서류나 물건을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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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삼성가(家)사건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일반에게 모두 공개됐다. 개정된 형소법에 맞춰 진행되는 모범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절차와 공개주의는 재판의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재판과정에 대해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재판보다 훨씬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해 보니 사건 처리에 매우 효율적”이라면서 “미리 쟁점과 증거조사일정 등을 정리하니 집중심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재판 아직도, 판사 적극 개입 불만도

밀실재판 시비는 사라졌지만 판사실에 수북하게 쌓인 조서들은 치우지 못했다. 이른바 ‘조서재판’이다. 아직도 기록을 보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도 사무실을 지키는 판사들이 많고 주말엔 기록을 집에 가져가 검토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기록을 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공소사실만을 보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검찰과 변호인측이 낸 자료를 모두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판사는 “형사합의부가 담당하는 사건이 수백건이고 하루에서 10여건씩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배현태 홍보심의관은 “신 형사소송법에 맞는 재판진행을 위해 과거보다 재판부를 늘리고 있다.”면서 “재판부가 늘면 재판부당 사건수가 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 형소법에 따른 재판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판사들의 적극적인 재판 진행은 검사와 변호사들의 불만사항이다.

판사들은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쟁점 정리와 증거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와 변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방의 한 검사는 “재판부가 공판준비기일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관여하니 검찰에 불리한 예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때도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판사가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면서 “재판진행을 위한 발언 외에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발언은 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판사들은 검사와 변호사의 준비부족을 꼬집는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아직도 판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법정에 들어오는 변호사가 많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최소한의 의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08-05-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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