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냐?

뭐가 문제냐?

입력 2008-04-17 00:00
수정 200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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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_ ‘글을 써서 책으로 내는 것’과 ‘연기하고 방송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열다섯 권의 책을 낸 저자로 심산스쿨 인디라이터 반에서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EBS 라디오 ‘책으로 만나는 세상’의 진행자입니다.

오래전 멕시코의 지방 도시 치와와로 방송 촬영을 위해 간 적이 있다. 치와와의 중심지에는 남미의 도시들이 흔히 그렇듯 성당과 광장이 있었다. 그곳 광장에서 세 명의 소녀를 만났다. 나는 약간의 스페인어로, 그녀들은 약간의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소녀들 : 일본 사람이냐?

나 : 아니다. 꼬레아노다.

소녀들 : 이곳에는 무엇 하러 왔는가?

나 : 촬영을 하러 왔다.

소녀들 : 무슨 촬영이냐?

나 : 멕시코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소녀들 : 그렇군, 혼자 왔냐?

나 : 아니다. 두 명의 친구들이 더 있다.

소녀들 : 그럼 모두 세 명이군. 우리도 세 명인데.(낄낄거리며 웃는다)

나 : (기가 막혀 하며) 그래서?

소녀들 :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

나 : 헐, 난 서른둘. 내 친구들은 서른다섯, 서른여덟이다. 너희들은 몇 살이냐?

소녀들 : 우린 열 여섯이다.

나 : 우린 모두 결혼했다.

소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중 한 명이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껠 프로브렘?”

그건 ‘뭐가 문제냐?’라는 뜻이었다. 이 말 한마디가 내 뒷통수를 쳤다. 기혼자이며 대졸자인 한국인 남자 ― 동시에 우물 안 개구리인 나를, 고교생인 그녀의 한마디가 깨우치게 했다. 그녀들은 낯선 동양인들과 친구가 되려 했다. 그런데 나는 원조교제 같은 이상한 관계만 떠올렸다. 그녀들은 순수했고, 나는 불순했다. 그녀들은 거침이 없었고, 나는 불편해했다. 그녀들은 자유로웠고 나는 억압받고 있었다. 고정관념이라는 괴물에 의해. 더블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 기혼과 미혼 사이의 남녀, 지구 반 바퀴 저쪽에서 사는 남녀 사이에는 친구가 되어서는 안 되는가? 정말 그런 것인가?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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