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2002)의 시작과 끝을 맺는 것은 한 무용가의 처연한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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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무용의 혁신’으로 통하는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슈(68). 그가 한국을 찾아 터키 이스탄불의 호흡을 뿜어낸다. 도시 시리즈 신작 ‘네페스’(Nefes·터키어로 숨이라는 뜻)를 통해서다.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피나 바우슈의 이번 공연은 포르투갈을 빚어낸 ‘마주르카 포고’, 한국을 농축한 ‘러프 컷’에 이어 국내에 세번째로 소개되는 도시 시리즈다.2002년 3주간의 이스탄불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 초연한 ‘네페스´는 그의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6년부터 세계 각국에 장기간 머물며 그 경험을 공연으로 전해온 피나 바우슈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도시 시리즈는 무용(탄츠)으로 감상을, 연극(테아터)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2007년까지 14개 도시를 예술로 형상화한 바우슈는 “도시 시리즈를 초연하는 순간은 더없이 혹독한 시간”이라고 말한다.“제가 해놓은 게 보잘것없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꼈던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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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가 ‘네페스’에 담아온 것은 터키의 정치적 긴장이 아닌 사람들의 넉넉한 표정이다.
‘네페스’의 무대는 터키식 목욕탕으로 시작한다. 무대 위에는 비눗방울이 터지고, 무대 표면에는 서서히 물이 차오른다. 물은 폭우로 덮쳤다가 파도로 몰아친다. 웃통을 벗어던진 남자 무용수들과 머리카락으로 물결을 만들어내는 여자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물의 도시’ 이스탄불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바우슈는 이 공연으로 고국 독일과 터키의 갈등관계도 무색하게 했다.“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두 나라 사이엔 갈등이 있었죠. 그러나 첫 공연은 대단했습니다. 무용수들이 관객 사이로 들어가 가족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스탄불의 관객들도 그들의 가족 사진을 꺼내 보여주더군요. 그 순간을 절대 못 잊을 것 같습니다. 무용수들도 눈물을 흘렸고요.”
움직임의 동력이 되는 음악도 다채롭다. 터키의 전통음악,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팝가수 톰 웨이츠, 국내의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이 몸짓을 이끈다.2시간50분.(02)2005-0114.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3-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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