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람음악당의 ‘마태수난곡’

[공연리뷰] 아람음악당의 ‘마태수난곡’

입력 2008-03-01 00:00
수정 2008-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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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종교음악… 객석엔 기침소리도 없었다

‘마태수난곡’은 난곡이었다. 특출한 기교나 뛰어난 감수성이 필요하여 어려운 것이 아니라 연주에 너무나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장벽으로 보였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은 1시간20분 남짓한 1부가 끝나고 휴식 이후에도 다시 1시간40분이 흘렀음에도 ‘마음 속의 시계’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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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독일의 성 토마스 합창단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은 바흐의 종교음악이 어째서 위대하다고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서울 주변’에 자리잡은 공연장이 가지고 있던 ‘학구적인 공연은 표가 팔리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도 뜻깊었다.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가 지휘한 이날 공연에는 65명의 성 토마스 합창단과 40명 남짓으로 편성을 줄인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연주자의 숫자가 아니더라도 ‘마태 수난곡’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합창단이 이끌어가는 음악이었다.

역사가 1212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는 성 토마스 합창단은 8세에서 18세에 이르는 남자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날 공연에서 변성기 이전의 소프라노와 앨토 파트는 세일러복, 변성기가 지난 테너와 베이스는 넥타이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의 26장 1절에서부터 최후의 만찬을 거쳐 예수가 십자가에 못막히는 장면까지를 다루었다. 이날 나선 6명의 솔로이스트 가운데,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복음사가(에반젤리스트) 역의 테너 마르틴 페촐트와 예수 역의 바리톤 마티아스 바이헤트르 말고는 그다지 컨디션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해도 성 토마스 합창단의 순수한 목소리와 어울리면서 종교음악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공연이 수도권 공연장이라도 관람객의 취향에 영합하는 공연이 아니라 예술의전당같은 ‘중앙’의 대표적인 공연장 이상의 수준 높은 기획이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도 적지않은 성과였다. 이날 1500석의 아람극장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음에도, 기침소리조차 거의 들을 수 없었을 만큼 관람객의 수준 높은 관람태도는 성 토마스 합창단과 게반트하우스 토케스트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양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3-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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