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님」되니 “더 놀다 가시라”

강도가「님」되니 “더 놀다 가시라”

입력 2008-01-30 00:00
수정 2008-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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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한 여주인(女主人) 가라사대 “이 밤이 더 길었으면”

<제1화>

탐라「비바리」울린 얘기

F=파렴치 백수건달 얘기를 하나 할까? 있지도 않은 매부를 팔아서 순진한 「탐라 아가씨」를 울린 친구가 있어.

D=재주 좋은 아저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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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충남 대전에 산다는 정재성(鄭在誠·27)이 그 주인공인데, 직업도 없이 빌빌 떠돌이 생활을 하는 친구야. 며칠전 서울역에 나갔다가 예의 탐라 아가씨 송(宋)모양(18)과 인연을 맺은 거지. 올봄에 제주에서 여고를 나오고 취직차 상경했던 아가씬데 취직에 실패, 실의를 안고 귀향하던 길이었어. 정에게 『목포가는 완행열차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어본게 탈이었어.

G=눈물의 목포행 완행열찬가?(웃음)

F=같이 기차를 타고 대전까지 동행하면서 각본을 짠거지. 자기 매부가 한국은행 계장인데 까짓 취직쯤이야 하고 큰소리 친거야. 집에 가있으면 자기가 전보로 부를테니 그때 사진·이력서 지참코 급히 상경하라고 「고마운 분」행세를 그럴 듯하게 했어.

E=물론 매부 비슷한 사람도 한국은행엔 없었겠지.

F=2일 후에 「취직 결정 급상경」전보를 받고 단숨에 온 그 아가씨를, 서울역 앞 무허가 하숙에 잡아두고는….

D=그 다음엔 얘기 안해도 알겠다.

F=이 친구 그 아가씨 손가락에 낀 금반지까지 빼먹었는데 19일 동안 꿩도 먹고 알도 먹다가 쇠고랑찼지. 그런데 이친구 하는 얘기가 『그 아가씨가 삼삼해서 그랬다. 출옥한 뒤에 정식으로 구혼하겠다』야.

A=의리는 있다 이거지?(웃음)

<제2화>

밤에 쌓아올린 만리장성

E=하수구로 사라진 신출귀몰 강도 얘기를 할까? 얼마전 성동서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강도 피해 신고가 들어왔어. 출동을 해보니 20만원을 갖고 집앞 하수구로 강도가 튀었다는 거야. 독안에 든 쥐지. 그 하수구는 어찌나 「메탄·개스」가 많은지 「개스·마스크」를 해야 들어갈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분명히 강도는 20만원을 품에 안은채 기절해 있으리라고 믿었지.

그런데 웬걸? 하수구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간곳이 없어.

H=「메탄·개스」와 함께 사라지다군.

E=결국 수사를 단념하고 말았는데, 그로부터 얼마뒤 이 녀석이 용산서에 걸렸어요. 역시 강도짓을 하다 잡혔는데 전과를 캐다보니까 예의 하수구 증발 사건을 불더래. 그런데 전혀 엉뚱한 비밀이 숨어 있었지 뭐야?

I=말 못할 사연인가?

E=그렇지. 그친구가 고백한 「그날밤에 있었던 일」을 들어보면-먼저 도심(盜心)을 품고 담을 넘어가 지하실로 스며들었어. 사람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다 보니 아차! 깜박 잠이 들고 말았어. 그때 공교롭게도 주인여자가 물건을 가지러 지하실에 내려왔는데 문소리에 그 친구가 깨어나고 말았어. 얼결에 옆에 있던 몽둥이를 들고 위협, 안방까지 끌고 갔지. 때마침 남편은 출장 중이고 그집엔 부인과 식모 단 두사람뿐이었어. 별수 없이 요구하는 대로 돈(20만원)을 내주었지. 그런데 그때 시간이 너무 일렀어요. 통금 해제가 되려면 아직 멀었고. 한밤중 한 방에 「여와 남」이 같이 있으니….

D=막간 이용한 「게임」을?

E=결국 일이 벌어졌는데 그게 참 묘하지. 모두 세차례의 관계를 했다는데, 그중 첫번째는 이 친구가 강제로 덮친 것이지만 나머지 두번은 여자 쪽의 간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나.

E=그래 강도로 들어갔다 「님」이되어 나오게 된건데, 통금 해제가 되고 막 방문을 나서는데 식모에게 들키고 말았지 뭐야. 다급한 김에 마나님이 외치는 소리가 『강도야!』

A=『강도님을 고이 보내드리오리다』가 망했군.(웃음)

<제3화>

3살박이 소녀심청

A=지난 주의 「빅·이벤트」는 역시 청평호 「버스」추락사고였지.

B=8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버스」사고 신기록을 수립한 사건이었어.

A=처음 그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갈 때는 피투성이가 된 시체가 뒹구는 아비규환을 연상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더군.

E=이윽고 와글와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 특히 물속에 잠긴 「버스」를 끌어 올릴때는 유가족, 인근 주민, 기자… 천여명이 모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A=물결이 일면 「버스」를 끌어올리는데 지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체를 흘릴 염려가 있어서 조심 조심 작업을 하고 있는 판인데, 「모터·보트」한대가 윙윙거리면서 마구 헤집고 다니는 거야. 청평유원지에 놀러온 족속이었지.

E=잠수부들이 몽둥이를 들고 올라가서 죽인다고, 한동안 소동이 벌어졌었지.

B=이번 사고 중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이 얘기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가 살았다는게 불가사의야. 어머니가 창 밖으로 던져서 살아 났다고 짐작되는데, 「버스」가 낭떠러지에서 물에까지 떨어지는 시간이 2초 정도였어.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아이를 밖으로 던질 수 있었겠느냐는 거지.

A=「올림픽」 선수라도 그렇게는 못할거야.

C=그런데 어쨌든 아이는 살아났고, 그 아이 때문에 감옥에 있던 아버지도 풀려나오게 됐고.

B=아버지가 석방된 건 순전히 기자들의 덕이라 할 수 있지. 기자들이 담당 판사에게 석방시키도록 간청했으니까….

A=그래서 명숙(明淑·아이이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효녀심청이」가 된 셈이지.

[선데이서울 71년 5월 23일호 제4권 20호 통권 제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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