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요동치는 대선정국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요동치는 대선정국

입력 2007-11-05 00:00
수정 200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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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는 당시 ‘3김(金)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역설했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했을 때였다. 그는 두 차례의 대선에서 소신과 대쪽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새 정치를 열망하는 유권자를 파고들었지만, 아들 병역과 대선자금 문제로 냉엄한 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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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시 대선판에 등장하고 있다. 보수대연합을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고 한다. 명분이야 어떻든 그의 표정에는 명예회복을 위한 집착이 서려 있고, 그의 등 뒤에는 잊혀지고 소외된 정치인들의 미련이 어른거린다.

이번 대선은 민주화와 산업화 이후 새로운 시대가치를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레드 콤플렉스’의 추억이나 ‘정치인 이회창’의 한풀이를 대선에 투영시킨다면 역사와 시대의 ‘역류’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공학적 발상이나 특정 진영의 유불리로 운신을 저울질할 때가 아니다. 승패는 작위(作爲)가 아니라 순리의 몫이다. 어느 진영이든 대선의 결과보다 미래 담론의 재정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문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부상으로 ‘정치는 파괴력’이라는 정가(政街)의 등식이 실감나는 한주였다. 이 전 총재가 이번 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기존의 대선 후보들은 현실적인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 전 총재 쪽으로 돌아서는 전통 보수층의 발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이 후보가 지난 2일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통일이 될 때까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집토끼’를 단속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개혁 성향의 유권자를 안고 가야 하는 이 후보로서는 진퇴양난의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를 활용해야 하는 이 후보에게는 이 전 총재 못지않은 박 전 대표의 이념적 완고성까지 용인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한반도 경제와 NLL 담론이 결과적으로 이 전 총재에게 정계복귀의 명분을, 이 후보에게 지지층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 후보의 정치력 부족과 도덕적 결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후보 개인 간 싸움이 ‘진영의 대결’로 바뀌는 변곡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이 전 총재의 등장이 범여권에 호재일 수만은 없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 전 총재에게 뒤지는 충격을 맛봐야 했다. 군소 후보는 물론 정 후보까지 대선 무대의 조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직면한 것이다.

범여권 후보들이 어떤 돌파구를 찾아나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해법은 후보단일화 논의로 모여지는 양상이다.

지난주 이들이 연대, 연정, 세력간 통합 등 단일화의 방식을 거론하기 시작한 점은 진전된 추이로 여겨진다. 지지율 중심의 단순한 후보 단일화로는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이 전 총재의 급부상에 따른 긴장과 절박감이 범여권의 단일화 논의를 촉진시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시일의 촉박함이다. 이번 주나 다음주 초에는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를 위한 가시적인 논의가 점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범여권에서 1위를 달리는 정 후보가 진영을 구축하기 위한 제안과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ckpark@seoul.co.kr
2007-1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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