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
취재, 글 이만근 기자’교통 혁명’이라 부를 만큼 프랑스 파리의 무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Velib)가 크게 성공하고 있다. 건강에 좋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 데다 요금이 거의 공짜니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 우리도 뒤질세라 웰빙 문화의 보급으로 자전거 소비가 늘고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자전거 수만큼 버려지는 자전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너도나도 자전거를 권하는 이 시대,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에 눈을 돌린 이들이 있다.
“뱃살 빼려고 샀던 자전거도 작심삼일이면 오래도록 방치되기 십상이죠. 뱃살은 뱃살대로 다시 늘고 자전거는 꼼짝 못한 채 녹슬어 갑니다. 훌쩍 커버려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들의 세 발 자전거는 어떻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진 자전거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70여 단지 주변에 20만 대가 넘습니다.” 사단법인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이하 ‘자전거 사랑’)의 김용석 사무국장(39세)은 쉽게 소비하고 자원을 아끼지 않는 사회 풍토를 꼬집으며 자전거 재활용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아직 자전거가 요긴한 운송 수단인 북한이나 저소득층 이웃에게 재활용 자전거를 보급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자전거 사랑’ 현장에서는 날마다 30여 대의 자전거가 새로 태어난다. 철도공사의 도움으로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관리단 내 300평 부지에서 사무직 2명과 수리 인력 9명이 매일같이 1,500여 대의 폐자전거와 씨름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이들의 수고로 일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000여 대의 재활용 자전거를 지역아동센터 등에 기증할 수 있었고 얼마 전에는 고양시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 250명을 초청해 자전거로 맘껏 달리게 했다. 북한과의 협약도 이미 체결되어 상황을 살피고 있는 중이고 요즘은 이번 달에 있을 용산구 지역 행사 때 주민들에게 나눠줄 자전거를 손보는 데 여념이 없다.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 등을 찾아 버려진 자전거를 기증받으려 해도 처음에는 고철 팔아먹는 엿장수로 취급되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어요. 물론 요즘은 활동 취지를 공감하는 고양시나 용산구 같이 지자체가 직접 나서 수거에 협조하고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도 있지만요.” 물론 현재 활동하고 있는 40여 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으는 후원금도 큰 버팀목이다. 차츰 자리를 잡아 일감이 늘자 정부 지원으로 노숙자 등을 고용하며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김 국장은 덧붙인다.
추석이 코앞이다. “올 안에 장가가라”는 어머니의 성화가 귀에 쟁쟁할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김용석 국장은 제 앞가림을 뒤로하고 집안에서 녹슬고 있는 자전거를 찾아보라는 오지랖 넓은 충고를 한다.
막장갑을 끼고 바퀴를 굴리며 이리저리 부품을 손보고 있는 박상호 씨(48세)는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남짓 되었는데 이젠 거리를 지나다 버려진 녹슨 자전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사람도 무관심 속에 쓸쓸하게 버려져 외로움을 느낄 때부터 병이 나죠. 자전거도 마찬가지예요. 바퀴를 계속 굴려야 오래도록 제 역할을 해요. 왜 군대에서 매일 ‘닦고, 기름 치고, 조이자’를 외치잖아요.”
새것에 가까워 품이 들지 않는 자전거도 있지만 보통 서너 대 정도를 분해해야 쓸 만한 부품들이 모여 달릴 수 있는 한 대의 자전거가 탄생한다. “사람으로 치면 장기를 기증한 것과 같죠. 결국 고철 처리되지만 자원이 선순환 되는 거예요.” 불혹에 가까운 나이지만 아직 미혼인 김 국장은 결코 자신은 자전거와 결혼한 것은 아니라며 올 가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함께 자전거를 탈 처자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작은 혁명을 이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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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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