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은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은

입력 2007-09-21 00:00
수정 2007-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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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 땅도 밟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있다. 특히 20여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은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해 병들어도 치료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04년 7월,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에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이 개원한 이래 3년간 이 의원을 거쳐간 외국인 환자는 모두 2만여명. 이들의 대부분이 월 60만∼70만원의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불법체류자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8%, 약 1500여명은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눈을 감았다. 치료받고 싶어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병을 키운 중증 환자들이 그나마 몸이라도 누일 수 있고, 약 한 알이라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중증 환자들이 모여 있는 3층 입원실 303호. 병실 한쪽에는 9개월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조선족 이진용(43·남)씨가 보인다. 가족들은 심장마비로 쓰러진 그를 급한 대로 대형 종합병원에 입원시켰지만, 그에게 남겨진 것은 수천만원의 빚뿐이었다.

옆 병상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던 조선족 김근례(50·여)씨도 “대학병원에 입원시켰다가 8000만원을 썼다.”며 “온 가족이 한국으로 와서 일하고 있지만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엄두를 못낸다.”고 한숨을 지었다. 몸을 가눌 수 있는 환자들은 아픔을 참고서라도 생업전선에 뛰어든다. 수술에 사용하는 붕대를 손수 정리하고 있던 중국인 제위련(47·여)씨는 “며칠 전에는 입원도 못하고 생활비를 벌러 다니는 청년이 있었다.”며 “담낭 결석이라는데 약 몇 개 먹고 안 아프다며 매일 노동하러 간다.”고 귀띔했다.

빈민층에 속한 외국인 환자들은 사회적 약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의 대부분은 병을 완치하기 전에 직장을 잃게 되고, 또다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엮이는 것이다.

2005년 스리랑카에서 온 사랑거(27·남)씨. 경기도 안산의 한 도금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화공약품이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왼쪽 눈 시력을 잃었지만 치료비는커녕 임금조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자신의 건강보험증을 주고 치료를 받게 하던 사장이 어느 날 “입원하면 건강보험증을 줄 수 없다. 오늘부터 그냥 회사일을 그만두라.”고 해서 무작정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을 찾았다.

식당 주방에서 ‘돈가스’를 구웠던 조선족 김성신(45·여)씨는 “감기를 방치했다가 폐렴으로 번져 병원을 찾았지만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다.”며 “하지만 치료라도 받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모를 고통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환자와 가족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병원에서 내쫓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며 순박한 소망을 전했다. 하지만 그들도 더 중한 환자를 위해 퇴원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다시 몸을 누일 곳부터 찾아야 한다.

병원 1층에 위치한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이선희(52) 부대표는 “갈 곳 없는 환자들이 결국 병원을 못 떠나고 지하1층의 쉼터로 들어간다.”며 “4층 쉼터까지 합치면 100여명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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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07-09-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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