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재혼아내와 전처 사이서 ‘어정쩡’

[이정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재혼아내와 전처 사이서 ‘어정쩡’

입력 2007-09-19 00:00
수정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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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재혼한 지 5년 된 남자입니다. 성격차로 이혼한 아내와는 딸과 아들 두 명의 자녀가 있고, 자녀는 둘다 제가 데리고 있다가 현재는 전처와 살고 제가 양육비를 주고 있습니다. 지금 아내는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세 자녀를 데리고 저와 재혼하였습니다. 각자 홀로 되어 오래 살다가 한 결혼이라, 결혼 초에는 함께 의지하여 잘 살아 왔으나 제가 전 아내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지방근무를 하면서부터는 원위치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자녀 문제로 전 아내와 계속 연락을 하게 되고, 현재 아내와는 세 자녀와 같이 살면서 주말에만 만나게 되므로 거리가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최태환(가명·55세)

A우리 사회에서는 재혼 가정의 남편으로서의 어려움을 털어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녀 양육이 힘들어 재혼을 결심했지만 막상 자녀들이 크면 제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일, 자신의 자녀는 버려 두고 남의 자녀를 돌보는 데 대한 죄책감, 이혼을 했으나 막상 완전히 정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연락하게 되는 일 등은 재혼 가정에서 경험하기 쉬운 단면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동료들에게 말하게 되면 스스로 제 흉을 보는 것 같아 화제에 올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선뜻 상담이나 자문을 구하는 일을 결정하지도 못합니다.

처음 결혼에 실패하면 두 번째 결혼에서는 더욱 가정을 잘 이끌어 가야겠다는 마음의 준비도 하고 신중히 결정을 내리지만, 사소한 틈새가 벌어져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최태환님의 상황은 두 개의 모계 가정에 이방인처럼 처해 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아이들과 부인은 잘 지내면서 막상 아버지가 오면 어색해지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과연 누구를 위해 결혼했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엄습하게 되겠지요. 외면상으로는 평안하고 속으로는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가족 중에 하나도 없다는 느낌은 중년 남성에게 삶의 의욕과 활기를 저하시키는 스트레스가 됩니다.

최태환님은 우선 자신의 위치를 정하셔야 합니다. 현재 지방 근무를 하고 있으나, 나의 주거지는 재혼 가정에 있으며, 가능하면 가족과의 상호 작용을 늘려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현재 부인에게 남편의 마음을 확실히 믿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전처와 자주 통화하다 보면 현재 부인께서도 체념을 하고, 자신의 자녀에게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전처와 연락하는 행동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 합니다. 아무리 자녀를 위해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자 재혼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부간의 믿음과 애정이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전 부인과 갈등이 있을 때에는 사사건건 문제 삼고 언쟁을 하였다고 해도, 재혼 가정에서는 문제를 가급적 다루지 않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재혼한 사람들이 대체로 잘 사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실제 필요한 상황을 혼자 처리하며, 일을 하거나 소일거리를 찾으면서 제 마음을 달래는 방편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두 사람간에 심리적 거리를 만들게 됩니다.

최태환님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재혼하였으므로, 첫 번째 결혼보다 더 많은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고, 더 많은 믿음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혼자 오래 살다가 독립적인 생활에 익숙하여 살아 왔으므로, 반드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남들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는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 산다고 해서 저절로 사랑의 연료가 충전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감성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인생의 전문가는 없습니다. 실수도 하고 뒷걸음질도 하면서 주어진 길을 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 못지않게 가정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목포대 교수·한국가족상담사협회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2007-09-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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