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Law] 일본 로스쿨 도입 4년 문제점 뭔가

[Seoul Law] 일본 로스쿨 도입 4년 문제점 뭔가

입력 2007-09-19 00:00
수정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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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박홍기특파원|오는 2009년 한국에 ‘로스쿨’인 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다. 현행 법조인 양성체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은 지난 2004년 로스쿨을 도입,4년째를 맞았다. 법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2년 과정의 로스쿨 수료자들은 지난해 신사법시험을 거쳐 법조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에는 학부 때 법학을 이수하지 않은 3년 과정의 로스쿨 출신들이 첫 신사법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로스쿨의 난립 탓에 로스쿨 ‘낭인’의 양산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험부정 등의 적잖은 문제점도 낳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로스쿨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좀더 튼실한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일본 로스쿨의 문제점들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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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년 과정의 로스쿨을 끝마친 2176명 가운데 2091명이 첫 신사법시험에 응시, 최종적으로 전체의 48.3%인 1009명이 합격했다. 법무성이 당초 잡았던 70∼80%의 합격률에 크게 못미쳤다. 올해 역시 3년 과정의 로스쿨 출신 4607명이 신사법시험에 도전해 40.1%인 1851명이 합격, 지난해보다 낮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합격률이 낮을수록 해마다 경쟁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5년간 3차례 응시가 가능한 탓에 로스쿨 출신들이 해마다 누적되기 때문이다. 현재 74개의 로스쿨에 정원은 변동을 거쳐 5825명이 됐다. 아오야마대학 마야자와 세쓰오 교수는 현 추세라면 합격률은 장기적으로 23%선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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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성은 저조한 합격률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 2500명,2009년 2900명,2010년 3000명의 합격자를 낼 계획이다. 현재 2만 3000여명의 변호사를 2018년까지 5만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법조인 1인당 국민 2400명인 프랑스 수준에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불합격자뿐만 아니라 합격자들의 취직문제도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5년 구사법시험, 지난해 신사법시험 합격자 2500명이 조만간 사법연수원을 마칠 예정이지만 100명 가량의 취직이 불확실한 상태이다. 일본에 있는 246개의 법인을 포함,1100여개인 변호사 사무소의 수용인원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때문에 협회는 14일 ‘취직정보창구’를 개설, 기업이나 자치단체 등에 변호사의 채용을 주문하고 있다. 사법개혁에 비해 법조인을 소화할 사회의 구조 변화가 더딘 것이다.

6월23일 게이오대학 우에무라 에이지 법대 행정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신사법시험에 출제될 문제와 비슷한 주제를 가르쳤던 사실이 드러나 지금까지 시끄럽다. 우에무라 교수가 다름아닌 신사법시험의 고사위원이었기 때문이다. 강의 때 가르친 ‘행정처분의 집행정지’와 ‘외국인 강제퇴거 처분의 판례’ 등을 실제 사법시험에서 ‘외국인 강제퇴거처분의 집행정지에 대해 논하라.’고 출제했다.‘고사위원이 학생들에게 출제의 힌트를 주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우에무라 교수가 “합격자 수를 유지하고 싶었다.”고 밝혔던 것처럼 로스쿨 간의 경쟁이 빚어낸 사건이었다. 결국 우에무라 교수는 퇴직했고, 대학 측은 74개의 로스쿨로 구성된 법과대학원협회로부터 1년간 회원자격을 정지당했다.

출제·채점을 담당하는 일본의 사법시험 고사위원은 모두 156명이다. 교수·재조·재야 법조인 등에서 위촉, 임명하고 있다. 법률가의 인력풀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고사위원에 교수를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200여개의 미국 로스쿨의 경우, 주마다 시험이 다르지만 시험출제 측과 로스쿨과는 완전 분리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 당초 구상했던 40개교 정도의 로스쿨이 현재 74개교로 늘어남에 따라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게이오대학 히라라기 도키오 법무대학원 위원장은 최근 한국대사관 교육관들과의 만남에서 “법학부가 있어도 로스쿨이 없으면 사회적 평가가 낮아지고 학생수도 줄어든다.”며 로스쿨의 증가 원인을 설명했다. 합격률이 낮으면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 만큼 대학이나 교수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지난해 신사법시험의 결과(표 참조)를 보면 명문대에 합격자들이 집중, 로스쿨간의 편차가 심하다.4개교는 합격자가 전혀 없고,7개교는 1명뿐이었다. 올해 신사법시험의 합격자 가운데 법학 미이수자는 전체의 34.3%인 635명에 그쳤다. 법학 미이수자들에게는 신사법시험의 문턱이 높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로스쿨은 지원율과 합격률을 올리기 위해 ‘24시간 자습실’을 운영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2∼3개 로스쿨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로스쿨을 위한 사설 ‘로스쿨 학원’도 성업 중이다.

문부과학성 전문교육과 와타나베 마사코는 “합격률 저조와 함께 탈락생의 대책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법학 교육의 변화와 교수들의 열의, 사법시험 선발인원의 증가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면서 “현재까지 순조롭다.”고 밝혔다. 파생된 문제들은 예상한 범위 안에 있었다는 입장이다.

hkpark@seoul.co.kr
2007-09-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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