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박상천의 고집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박상천의 고집

입력 2007-08-15 00:00
수정 2007-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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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기자들 사이에 별로 인기가 없다. 논쟁을 좋아하지만 고집이 센 탓에 남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주로 자기 주장을 펼치는 편이다. 한참 논리적으로 설명했는데도 동의하지 않으면 간혹 상대를 윽박지르기도 한다.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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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연가다. 하루에 다섯 갑을 피울 때도 있다. 그는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 때마다 재떨이를 주문한다. 재떨이는 얼마 못가 담배꽁초로 담뱃재로 수북해진다. 그래도 건강이 은근히 걱정됐는지, 몰래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단다. 진찰 후에 의사가 하는 말 “의원님, 뻐끔 담배시죠.”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앞에서도 담배를 꺼내 문다. 감히 누구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니….DJ 측근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은 당연한 일.

제왕적 위치의 DJ 발언이 곧 당명이던 시절에도 박 대표는 첫째, 둘째, 셋째하면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DJ가 범여권의 대통합을 강력히 주문하고 동교동을 찾은 대권예비주자들이 맞장구를 칠 때도,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은 안 된다며 선을 긋고 통합방법론상의 문제점과 반론을 편 유일한 인물이 박 대표다.

그런 박 대표가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별도의 대선기획단을 꾸렸다. 독자 후보를 낸다는 얘기다. 당명도 통합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환원시켰다.

호남 출신인 박 대표가 호남의 맹주인 DJ의 뜻을 거역하고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것은 정치적 도박이다. 민주당의 뿌리가 호남이란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민주당과 박 대표가 처한 환경은 위기다. 한때 30석이 넘던 의석도 9석으로 줄어 ‘도로 민주당’이 됐다. 무엇보다 DJ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이 호남 공략을 본격화할 경우 민주당은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한나라당 역시 누가 후보가 되든 경선 후 호남구애 전략을 이전과는 달리할 것이다. 민주당은 안팎 곱사등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주당에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DJ의 노골적 정치행위가 호남에서조차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김홍업 의원의 탈당 이후 자발적 당원이 6000명 이상 늘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쪽에 가 있는 호남의 15∼20% 지지율이 경선 후에는 민주신당보다는 민주당쪽으로 옮겨올 공산이 크다고 자신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충청, 대구·경북, 호남 등 골고루 퍼져 있다. 전에 대부분 호남이었던 것과는 판이하다. 이것은 비록 미니정당이지만, 대선에서 선전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더욱이 기대주 조순형 의원이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면 대선 판도에서 제3의 후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1992년의 정주영,1997년의 이인제처럼 말이다.‘미스터 쓴소리’ 조 의원은 지역구는 서울, 출생지는 충청, 정치적 고향은 대구, 처가는 호남인 특이한 이력의 전국구형이다. 물론 2% 안팎인 현재의 지지율을 15%선까지 끌어올리는 치밀한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대선이 한나라당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DJ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저히 감퇴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민주당으로선 곧 기회다. 민주당은 적어도 호남에선 적통 정당으로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내년 총선에서의 약진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DJ를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잘못을 분명하게 짚고 목소리를 높일 때 민주당과 박 대표의 존재감은 강화될 수 있다. 독자 생존의 기틀도 확고해진다. 박 대표의 고집을 주목하는 이유다.

jthan@seoul.co.kr
2007-08-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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