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를 마실 때 특별한 격식을 차리지 않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의 본고장 사람들답게 커피를 마실 때 독특한 의식을 치른다. 일본 사람들이 다실을 꾸미고 차도구를 준비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전체의 의식 과정을 ‘다도(茶道)’라고 부르듯이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치르는 이러한 의식을 ‘분나 마프라트(커피 세러머니)’라고 부른다.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한 우리에게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이상씩 걸리는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러모니는 좀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
커피 세러머니, 얼핏 보면 좀 복잡한 것 같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사실 간단하다.
집안에 풀과 꽃을 깔고, 손님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송진향 혹은 유칼립투스 가루를 태워 연기를 피운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 생두를 물에 씻은 후 프라이팬 모양의 철판 또는 국자 모양의 용기에 담아 볶는다.
원두가 잘 볶아지면 손님들이 향을 맡아 볼 수 있도록 죽 돌리는데, 이 때 자기 순서가 되면 손으로 부채질 하듯이 향을 음미한다.
잘 볶아진 원두를 나무절구에 넣고 곱게 빻는다. 이 때 한쪽에서는 에티오피아 전통 토기 주전자인 ‘제베나’에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제베나에 보통 3 큰술 정도의 커피 가루를 넣은 후 약 5~8분간 더 끓인다. 커피가 끓으면 1~2분 정도 커피 입자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 커피를 따른다.
커피는 ‘스니’라는 손잡이가 없는 커피 잔에 담아내는데, 연장자 혹은 귀빈의 순서로 돌아간다. 보통 석 잔을 돌리는데 첫 잔이 가장 진하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이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순으로 농도가 약해진다. 그리고 주인이 대접하는 석 잔을 다 마시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한잔에는 보통 세 스푼 정도의 설탕을 넣어 마시는데 설탕의 당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면 적당한 비율이다. 가끔 향이 나는 풀을 커피 잔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커피 세러머니 후 제공되는 커피 맛은 커피의 색깔만큼 강하고 진한데 꼭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 농도는 우리가 커피숍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초대된 사람들은 볶은 보리나 팝콘 혹은 ‘다보’라고 하는 에티오피아 전통 빵을 먹으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눈다. 에티오피아인들이 커피 세러모니를 통해 커피를 마시는 일은 단지 무언가를 마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친구나 이웃, 친척들을 초대하여 커피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사교의 장으로 커피 세러모니를 이용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일상으로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현지인의 집에 가면 이런 커피 세러모니를 쉽게 구경할 수 있다. 물론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서도 커피 세러모니를 동반한 커피를 주문하면 언제든 이런 의식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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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커피 생두. 커피를 볶기 전 깨끗한 물에 생두를 먼저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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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커피 생두. 커피를 볶기 전 깨끗한 물에 생두를 먼저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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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는 모습. 암하라 지역에서는 주로 이런 동그란 팬을 커피 볶는 용기로 사용하고 북부의 티그레이 지방에서는 깡통을 잘라내어 만든 국자 같은 모양의 그릇에 커피를 볶는다. 커피콩 속의 캐러멜 성분이 흘러나오면서 커피 특유의 그윽한 향이 온 집안에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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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는 모습. 암하라 지역에서는 주로 이런 동그란 팬을 커피 볶는 용기로 사용하고 북부의 티그레이 지방에서는 깡통을 잘라내어 만든 국자 같은 모양의 그릇에 커피를 볶는다. 커피콩 속의 캐러멜 성분이 흘러나오면서 커피 특유의 그윽한 향이 온 집안에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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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커피 원두. 주인은 볶은 커피를 바구니에 담아 초대된 손님들에게 돌리면서 향을 권하는데 자기 앞에 바구니가 오면 손을 자기 쪽으로 부채질하며 커피 향을 감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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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커피 원두. 주인은 볶은 커피를 바구니에 담아 초대된 손님들에게 돌리면서 향을 권하는데 자기 앞에 바구니가 오면 손을 자기 쪽으로 부채질하며 커피 향을 감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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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루. 볶은 커피를 나무절구에 넣고 이런 가루 상태가 될 때까지 곱게 빻는다. 이 커피 가루를 물이 끓고 있는 ‘제베나’에 넣고 끓인 후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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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루. 볶은 커피를 나무절구에 넣고 이런 가루 상태가 될 때까지 곱게 빻는다. 이 커피 가루를 물이 끓고 있는 ‘제베나’에 넣고 끓인 후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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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에 담긴 커피. 대개 석 잔을 대접하는데 첫잔은 ‘맛’을, 두 번째 잔은 ‘행운’을 세 번째 잔은 ‘축복’을 의미한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색깔처럼 맛이 아주 진하다. 처음엔 약간 씁쓰름하지만 뒷맛이 아주 독특해 또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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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에 담긴 커피. 대개 석 잔을 대접하는데 첫잔은 ‘맛’을, 두 번째 잔은 ‘행운’을 세 번째 잔은 ‘축복’을 의미한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색깔처럼 맛이 아주 진하다. 처음엔 약간 씁쓰름하지만 뒷맛이 아주 독특해 또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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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 실내 모습.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커피 세러모니 도구들을 만날 수 있다. 커피 세러모니에 사용되는 화력은 전부 ‘숯’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의자는 다리가 넷이 아닌 셋인데 에티오피아 어디에서나 앉은뱅이 의자는 전부 다리가 셋이다. 맨 앞 오른쪽에 팽이를 엎어놓은 것 같은 화려한 장식품이 에티오피아 전통 스타일의 테이블이다. 뚜껑을 열면 속이 움푹한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곳에 음료나 주식인 ‘인제라’를 올려놓고 세발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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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 실내 모습.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커피 세러모니 도구들을 만날 수 있다. 커피 세러모니에 사용되는 화력은 전부 ‘숯’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의자는 다리가 넷이 아닌 셋인데 에티오피아 어디에서나 앉은뱅이 의자는 전부 다리가 셋이다. 맨 앞 오른쪽에 팽이를 엎어놓은 것 같은 화려한 장식품이 에티오피아 전통 스타일의 테이블이다. 뚜껑을 열면 속이 움푹한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곳에 음료나 주식인 ‘인제라’를 올려놓고 세발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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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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