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58)의 문학은 이미 ‘세계의 문학’이 됐다. 하루키의 작품은 세계 30여개국에 번역 소개돼 있다. 하루키만큼 영어로 많이 번역돼 널리 읽히는 일본 작가는 없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이 미국의 크노프사 같은 메이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서양 작가들이 독점해온 세계문학의 철옹성에 동양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당당히 입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번역돼 나온 이래 그의 주요 작품들이 남김없이 소개됐다.‘상실의 시대’는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수백만부가 팔려 나갔다. 가히 ‘하루키 산업’이라 할 만하다.
국내 독서시장에서 일본 소설은 일류(日流)라고 할 만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쿠다가와, 나오키 등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수상작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 작가에 대한 인세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루키 작품은 선인세가 수억원에 이른다. 출판사간 과당경쟁은 ‘자본싸움’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수요를 좇는 출판의 상업논리를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우리가 이 비싼 작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루키가 문학성과 대중성, 나아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작가라면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하루키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국내 학술대회가 꽤나 자주 열린다. 요 몇달새 하루키 문학 심포지엄이 몇차례 열렸다.‘하루키학(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얼마 전에는 한·중·일의 하루키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독법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설가 김중혁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현실에서 5㎝ 떠있는 리얼리티에 있다.”고 했다. 하루키가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실에서 살짝 비켜가는,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키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독특한 문체다. 하루키는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재미있게 쓰는 것이 좋은 글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은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쉬워야 한다는 이른바 문장삼이(文章三易)의 정신과 통하는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노벨문학상이다. 일본문학 전문가들 중에는 “다음 노벨문학상은 하루키의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루키는 ‘노벨문학상으로 가는 길목’으로 통하는 카프카상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바로 이 카프카상 수상자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영토에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국제감각과 외국어 능력이 꼭 필요하다. 외국 작가들과 영어로 어려움 없이 문학을 이야기하는 하루키는 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하루키에게 주는 수억원의 인세가 아깝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 특히 ‘작가 독자’들만이라도 하루키의 그런 총체적 경쟁력을 배워 나가야 한다.
jmkim@seoul.co.kr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번역돼 나온 이래 그의 주요 작품들이 남김없이 소개됐다.‘상실의 시대’는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수백만부가 팔려 나갔다. 가히 ‘하루키 산업’이라 할 만하다.
국내 독서시장에서 일본 소설은 일류(日流)라고 할 만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쿠다가와, 나오키 등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수상작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 작가에 대한 인세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루키 작품은 선인세가 수억원에 이른다. 출판사간 과당경쟁은 ‘자본싸움’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수요를 좇는 출판의 상업논리를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우리가 이 비싼 작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루키가 문학성과 대중성, 나아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작가라면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하루키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국내 학술대회가 꽤나 자주 열린다. 요 몇달새 하루키 문학 심포지엄이 몇차례 열렸다.‘하루키학(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얼마 전에는 한·중·일의 하루키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독법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설가 김중혁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현실에서 5㎝ 떠있는 리얼리티에 있다.”고 했다. 하루키가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실에서 살짝 비켜가는,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키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독특한 문체다. 하루키는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재미있게 쓰는 것이 좋은 글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은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쉬워야 한다는 이른바 문장삼이(文章三易)의 정신과 통하는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노벨문학상이다. 일본문학 전문가들 중에는 “다음 노벨문학상은 하루키의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루키는 ‘노벨문학상으로 가는 길목’으로 통하는 카프카상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바로 이 카프카상 수상자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영토에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국제감각과 외국어 능력이 꼭 필요하다. 외국 작가들과 영어로 어려움 없이 문학을 이야기하는 하루키는 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하루키에게 주는 수억원의 인세가 아깝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 특히 ‘작가 독자’들만이라도 하루키의 그런 총체적 경쟁력을 배워 나가야 한다.
jmkim@seoul.co.kr
2007-05-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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