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보라색 베일’ 동강 할미꽃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보라색 베일’ 동강 할미꽃

입력 2007-04-14 00:00
수정 2007-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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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동강댐 건설을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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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댐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후 동강은 국가관리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댐을 짓지 않기로 한 이유는 댐이 붕괴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 아니었고, 동강의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기 때문도 아니었으며, 경제적 가치가 낮기 때문은 더욱 아니었다. 댐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그곳에 살고 있는 여러 종류의 귀중한 생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희귀 동식물이 서식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대형 개발사업이 중지된 첫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동강댐 건설을 막은 주인공들 가운데 동물은 검독수리, 담비,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수달, 어름치, 다묵장어, 금강모치, 연준모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식물로는 층층둥굴레, 연잎꿩의다리, 향나무, 비술나무, 개병풍, 동강할미꽃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동강할미꽃은 동강댐 건설 불가판정을 내린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합동조사단의 환경 분야 보고서 표지에 단독 입후보할 만큼 중요한 생물이다.

할미꽃을 닮은 이 식물은 ‘동강할미꽃’ 또는 ‘바위할미꽃’이란 이름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만, 학술적으로는 어떤 식물인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하다가 몇 해 전 원로식물학자 이영노 박사에 의해 우리나라 특산의 신종 식물로 발표되었다. 석회암 벼랑으로 둘러싸인 채 오랜 세월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온 동강에서 그곳 환경에 적응하여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 아직까지도 이 식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동강을 수수께끼의 땅이라고 부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동강할미꽃의 기원에도 숨겨져 있는 셈이다.

동강할미꽃은 사는 곳, 꽃 색깔, 피는 모습 모두가 할미꽃과는 사뭇 다르다. 벼랑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꽃을 피워 올리는 자태는 신비감 그 자체다. 꽃 색깔은 보라색, 흰색, 자주색 등 여러 빛깔이며,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또한 가장 늦게 봄이 드는 강원도 땅에 살지만 4월 초순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려 있던 할미꽃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이고 보면 새로운 할미꽃 종류가 발견된 것은 눈물 날 정도로 고마운 일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강원도 다른 곳들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연구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동강할미꽃과 관련, 현지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증식한 동강할미꽃을 동강의 절벽에 심으며, 이것이 마치 동강할미꽃을 보존하는 일처럼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동강할미꽃의 원자생지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존개체가 남아 있는 원자생지에 새로운 개체를 도입하여 심으면 자생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개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므로 원자생지에는 직접 복원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멸종위기종 보전에는 감성도 필요하지만 이성도 중요하다.

동북아식물 연구소장
2007-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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