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치질은 무서운 병?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치질은 무서운 병?

입력 2007-01-18 00:00
수정 200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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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정말 감추고 싶은 병이 바로 치질이다. 명칭부터 좀 그렇다. 질환에 대한 의학지식이 부족한 옛날에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통칭 ‘치질’이라 부르던 습관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 때 ‘치질’이라고 하던 질환이 바로 치핵이다. 치핵은 항문 입구와 그 안쪽의 혈관과 살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서 생기는 질환이다.

배변을 수십년간 되풀이하다 보면 혈관이 팽창해 조금씩 혈관과 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풍선을 여러 번 되풀이해 불다 보면 나중에는 아예 힘없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치핵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고 커져 결국은 항문이 빠지고, 피가 나며, 간혹 퉁퉁 붓는가 하면 몹시 아프기도 하다.

옛날 이집트 시대에는 달군 쇠로 삐져나온 살을 지지는 응고법이 시행되었다. 이런 치료법이 이 후 많은 사람들이 항문 질환을 치료하는데 겁을 먹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나 대부분 도태되고 이제는 작은 치핵의 경우 고무밴드로 묶거나 적외선으로 응고시키는 방법으로, 규모가 큰 치핵은 수술로 말끔히 제거한다. 이전에는 수술 후 몹시 아프고 치유 기간도 길었으나 요즘은 방법이 정교해 통증이 그리 심하지도 않다.

아직도 치핵 수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선배는 14년 전 수술없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치핵에 살을 썩게 하는 독약 성분을 주사했다가 항문이 썩는 바람에 항문이 새끼손가락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아지고 말았다. 결국 항문을 넓히는 수술을 받고서야 겨우 변을 볼 수 있게 됐으나 그 때 괄약근이 망가져 아직도 변을 제대로 참지 못한다. 또 한 사람은 항문에서 피가 나는 것을 수년이나 방치하다가 직장에 암이 생겨 인생이 바뀌기도 했다.

치핵이 당장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다거나 부끄럽고, 겁이 난다고 방치하거나 엉뚱한 치료를 하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항병원장
2007-01-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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