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퇴계 자신도 후서에서 ‘비록 그것이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우리의 소견이 미칠 수 있는 데까지는 온 힘을 다하였다.’라고 어느 정도 자신의 미비한 점을 인정하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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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봉이 발견한 오류는 오류(誤謬)라기보다는 일종의 의문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처음에 정지운은 ‘천명구도’에서 ‘사단은 이(理)에서 나오고, 칠정은 기(氣)에서 나온다.’라고 표현함으로써 ‘四端發於理 七情發於氣’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천명도설’에 있어서 ‘이기론(理氣論)’은 매우 중요한 명제였다. 총 10절로 구성되어 있는 ‘천명도설’은 결국 ‘천즉리야(天卽理也)’라는 주자의 철학을 도형으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이 곧 이치’라는 주자철학의 근본을 주제로 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퇴계가 수정한 ‘이기론’에 관한 다음과 같은 구절이었다.
“천지간에 이가 있고 기가 따른다. 이가 있으면 곧 기가 조짐하고 기가 있으면 곧 이가 따른다.( 有理便有氣朕焉 有氣便有理從焉)”
그리고 나서 퇴계는 이 난해한 명제를 다음과 같은 쉬운 비유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는 기의 장수(帥)가 되고, 기는 이의 졸도(卒)가 되어 천지에 공을 이룬다.”
퇴계의 이 비유는 ‘이는 곧 기를 부리는 장수요, 기는 이를 따르는 졸병’이기 때문에 ‘이가 기를 주재하고 기는 이에 순종한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그 자체로는 선할 수밖에 없으며, 기는 이의 부림을 받음으로써 이의 주재(主宰)에 따라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 있으니, 사람은 마땅히 경(敬)을 중심으로 하는 수양으로 기(氣)를 다스리고 이(理)를 궁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퇴계는 ‘하늘이 사람에게 천명을 내릴 때 기(氣)가 아니면 이(理)를 붙어있게 할 곳이 없고, 이 마음(心)이 아니면 이와 기를 붙어 있게 할 곳이 없다. 그러므로 마음은 허리(虛理)하고 영기(靈氣)하여 이·기의 집(寓居)이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퇴계가 볼 때에는 정지운이 주장하였던 ‘사단은 이에서 나오고 칠정은 기에서 나온다.’라는 규정은 지나치게 단순명료하여 잘못하면 큰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명제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퇴계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정하여 발표하였다.
“사단은 이에 드러남이요, 칠정은 기의 드러남이다.(四端理之發 七情氣之發)”
문구의 표현은 다를지 모르나 이와 기가 서로 호발(互發)하는 근원이 된다는 내용상의 의미는 같다.
그러나 퇴계는 도덕적 이상이 드러나서 이발(理發)이 되고, 욕망이나 감정이 드러나서 기발(氣發)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규정하였던 것이다.
2006-09-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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