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영書燕說(영서연설)

[김종면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영書燕說(영서연설)

입력 2006-09-07 00:00
수정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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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말하다.

춘추시대 초나라 수도 영()에 사는 사람이 어느날 밤 연나라 재상에게 편지를 쓰는데 주위가 어두워 촛불을 든 이에게 거촉(擧燭), 즉 “촛불을 높이 들라.”고 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만 그 두 글자를 편지에 써넣고 말았다. 물론 편지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편지를 받은 연나라 재상은 거촉이란 글자를 보고 무척 기뻐했다.“등불을 들라고 하는 것은 밝음을 존중한다는 뜻이고, 이는 곧 현명한 사람을 천거해 요직에 쓰라는 말이겠다.” 연의 재상이 왕에게 아뢰자 왕 또한 매우 기뻐하며, 그대로 행하니 선정이 펼쳐졌다고 한다.‘한비자’ 외저설좌(外儲說左) 상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KBS와의 회견을 통해 대 국민 사과를 하며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인내해달라.”고 했다. 그 말의 대담무쌍함이라니…. 많은 사람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대통령은 왜 애먼 국민에게 수업료 비싼 ‘경험의 학교’를 다니라고 하는가. 영서연설의 고사는 제멋대로 해석의 전형으로 통하지만, 어쨌든 연나라 재상의 오해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자의적인’ 말씀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jmkim@seoul.co.kr

2006-09-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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